“승강기 완충기 85%가 안전기준 미달”…유럽 시험 결과가 던진 충격

뉴스 Profile elmoa • 2026-10-14 07:17 • 수정됨
43 0 0

기사의 이해를 돕기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유럽 6개국서 완충기 40개 시험…폴리우레탄 제품 33개 중 28개 부적합

유압식은 전 제품 적합, 일부 제품 판매금지…국내 승강기 부품 인증제도에도 시사점

[엘모아=편집부] 승강기가 정상적인 운행 범위를 벗어났을 때 마지막으로 충격을 줄여주는 안전장치가 있다. 승강로 하부에 설치되는 완충기(Buffer)다. 평상시에는 작동할 일이 거의 없지만,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승강기가 정지 위치를 넘어설 경우 충격을 흡수하거나 분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유럽에서 유통되는 승강기 완충기를 대상으로 실시한 안전성 시험에서 예상보다 심각한 결과가 나왔다. 시험에 사용된 폴리우레탄 완충기의 약 85%가 유럽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일부 제품에는 판매금지 조치까지 내려지면서 승강기 안전부품의 품질관리 문제가 새로운 논란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완충기의 외관이나 서류상 결함이 아니라 실제 충격을 흡수하는 성능에서 문제가 확인됐다는 점이다.

 

40개 시험했더니 28개 부적합…문제는 충격 흡수 성능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산업 담당 부서(DG GROW)가 지난 9월 2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유럽 제품 적합성 공동감시 사업인 'JACOP 2025'의 일환으로 실시됐다. 키프로스와 독일, 몰타, 네덜란드, 스웨덴, 스위스 등 6개국의 시장감시 당국이 총 40개의 승강기 완충기를 수집해 성능을 검증했다.

시험 대상은 폴리우레탄 완충기 33개와 유압식 완충기 7개였다. 결과는 뚜렷하게 갈렸다. 유압식 완충기는 7개 모두 요구사항에 적합했지만, 폴리우레탄 완충기는 33개 중 28개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전체 40개 제품을 기준으로 하면 70%가 부적합 판정을 받은 셈이다.

시험에서는 충격을 받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속 성능과 압축 이후 원래 형태로 복귀하는 능력, 영구변형 및 손상 여부 등을 확인했다. 유압식 완충기에 대해서는 작동유 누출 여부도 검사했다.

가장 큰 문제는 감속 성능이었다. 상당수 폴리우레탄 완충기가 충격 발생 시 승강기를 충분히 안전하게 감속시키지 못해 관련 안전기준의 허용 한계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완충기는 단순히 충격을 견디는 부품이 아니다. 승강기가 완충기에 접촉했을 때 탑승자에게 전달되는 충격을 허용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완충기가 충격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면 승강기는 멈추더라도 탑승자에게 과도한 감속 충격이 전달될 수 있다.

다만 이번 85%라는 수치를 유럽에서 판매되는 모든 폴리우레탄 완충기의 불량률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조사 대상은 시장감시 당국이 수집한 33개 제품이며, 전체 시장을 대표하는 무작위 표본이라는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또한 이번 결과만으로 유압식 완충기가 모든 조건에서 폴리우레탄 제품보다 우수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실제 유통 제품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이처럼 높은 부적합 비율이 확인됐다는 사실은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다.

 

독일산 제품이 가장 많았다…23개 사업자에 시정 요구

이번 조사에서 수집된 제품의 제조국은 독일이 29개로 가장 많았으며 중국 7개, 이탈리아 4개 순이었다. 그러나 발표 자료에는 제조국별 부적합 비율이 구분돼 있지 않아 특정 국가의 제품에 문제가 집중됐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유럽 당국은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제조·수입·유통 사업자 등 23개 경제주체에 결과를 통보하고 의견과 시정조치 계획을 요청했다. 특히 폴리우레탄 완충기 5개 제품에 대해서는 판매금지 조치를 내렸으며, 2개 사업자에는 추가적인 기술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시험 결과는 유럽 시장감시 정보시스템인 ICSMS와 위험제품 정보공유 시스템인 Safety Gate에도 공유됐다. 국가별로 따로 관리하던 부적합 제품 정보를 공동으로 활용하고, 필요한 후속 조치를 취하기 위한 것이다.

유럽 당국이 제조업체에 강조한 내용도 주목할 만하다. 단순히 처음 인증시험을 통과하는 데 그치지 말고, 생산 과정에서 원재료와 제품 구성, 제조공정이 달라질 경우 다시 성능을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일한 모델명으로 생산된 완충기라 하더라도 원재료의 특성이나 제조조건이 변하면 실제 충격 흡수 성능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설계 당시의 시험성적서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이후 생산되는 모든 제품의 성능이 동일하게 유지된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한국은 안전할까…부품 인증제도는 있지만 남는 질문

이번 결과는 국내 승강기 산업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우리나라 역시 승강기 완충기를 안전인증 대상 부품으로 관리하고 있다. 「승강기 안전관리법」 제11조에 따라 안전인증 대상 승강기부품은 모델별로 부품안전인증을 받아야 하며, 인증 과정에서는 설계와 안전성, 제조 관련 요건 등을 심사한다.

인증을 받은 이후에도 관리 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같은 법 제13조는 승강기안전부품의 정기심사와 자체심사를 규정하고 있다. 제조·수입업자는 인증 이후 생산하거나 수입하는 동일 모델 제품에 대해 안전성을 자체적으로 확인하고 관련 기록을 보관해야 한다.

제도만 놓고 보면 국내에도 인증 이후의 품질을 관리하기 위한 장치가 마련돼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유럽 사례가 제기하는 질문은 조금 다르다. 최초 인증 당시 적합했던 제품이 실제 대량생산과 유통 과정에서도 동일한 안전성능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얼마나 실효성 있게 확인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완충기에 동일한 문제가 존재한다는 자료는 이번 조사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유럽의 시험 결과를 국내 제품에 그대로 적용할 수도 없다. 다만 해외에서 실제 성능 부적합 사례가 확인된 만큼, 국내에서도 생산 로트별 품질관리와 유통 제품의 사후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는 있다.

특히 완충기처럼 평상시 실제 충격 흡수 성능을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부품은 제조 단계에서의 성능 검증이 중요하다. 설치 후 외관이 정상적이고 손상 흔적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내부 재질이나 감속 성능까지 완전히 확인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은 완충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과속조절기, 추락방지안전장치, 출입문 잠금장치 등 비상상황에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다른 승강기 안전부품에도 적용할 수 있는 문제의식이다.

 

인증서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작동 성능

승강기 산업에서 안전인증은 제품의 신뢰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그러나 인증서를 취득했다는 사실과 실제 생산된 모든 제품이 언제나 동일한 성능을 발휘한다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다.

유럽 당국이 이번 조사 이후 원재료 변경 시 재시험, 생산 로트 간 성능 일관성 확보, 기술문서 관리, 설치와 보관 조건의 준수를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 승강기 업계 역시 인증제도의 존재만으로 안심하기보다 그 운영의 실효성을 살펴야 할 시점이다. 제조사는 생산품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검증해야 하며, 수입·유통업체도 인증 모델과 실제 납품 제품의 동일성 및 품질관리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감독기관에는 시장에 유통되는 제품을 대상으로 한 표본검사와 사후관리 결과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번 유럽 조사의 의미는 단순히 폴리우레탄 완충기에서 높은 부적합 비율이 나왔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된 시험과 인증체계가 실제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작동하는지 되돌아보게 했다는 점에 있다.

승강기 안전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증명되지 않는다. 비상상황에서 작동해야 할 부품이 실제로 설계된 성능을 발휘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안전을 이야기할 수 있다.

평소에는 한 번도 작동하지 않을 수 있는 작은 완충기 하나가 승강기 전체의 안전성을 좌우할 수도 있다. 이번 유럽의 시험 결과는 그 당연한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 주고 있다.


엘모아 한 줄 요약

유럽에서 조사한 폴리우레탄 승강기 완충기 33개 중 28개가 안전기준에 미달했다. 이번 결과는 최초 인증뿐 아니라 실제 생산·유통 제품의 지속적인 성능 검증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업계 체크포인트

  • 제조업체 — 완충기 원재료 및 제조공정 변경 시 성능 재검증과 생산 로트별 품질관리 강화.
  • 부품 수입·유통업체 — 인증 모델과 실제 납품 제품의 동일성, 시험성적서 및 제조 이력 확인.
  • 유지관리업체 — 완충기의 변형·손상·설치 상태와 제조사 유지관리 지침 준수 여부 점검.
  • 인증·검사기관 — 기존 인증제도와 별개로 시중 유통 제품의 사후 성능검증 확대 필요성 검토.

엘모아 편집부

저작권자 © 엘모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키워드

#승강기 #엘리베이터 #완충기 #폴리우레탄완충기 #유압식완충기 #승강기안전 #승강기부품인증 #승강기안전관리법 #유럽승강기 #엘모아 #승강기심층분석

댓글 (0)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 목록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