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미국은 작은 승강기 길 열었는데…한국은 아직 ‘홈엘리베이터=고급주택’?

뉴스 Profile elmoa 2026-08-12 07:30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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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이해를 돕기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엘모아=편집부] 미국 워싱턴주가 소규모 공동주택에 지금보다 작은 승강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법을 제정했다.

안전을 이유로 지나치게 큰 승강기를 요구하다 보니 오히려 건축비가 올라가고, 개발사업자가 승강기를 아예 설치하지 않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한국에서는 단독주택에 일정 규모 이상의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면 지금도 ‘고급주택’ 판단 요소가 된다.

고령화와 장애인 이동권이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승강기를 여전히 사치성 시설의 잣대로 보는 제도가 시대에 맞는지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미국 워싱턴주 “큰 승강기 아니면 아예 안 짓는다”

미국 워싱턴주는 지난 3월 ‘소규모 공동주택의 승강기 기준’에 관한 ESSB 5156을 확정했다.

법안은 상·하원을 통과한 뒤 3월 23일 주지사가 승인했으며, 6월 11일부터 효력이 발생했다. 워싱턴주 건축법위원회는 앞으로 6층 이하·24가구 이하 공동주택에서 연방 접근성 기준을 충족하는 최소 크기의 승객용 승강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2027년 기술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워싱턴주 기준에서는 일정 공동주택에 설치되는 승강기 가운데 최소 1대가 소방대원의 비상 접근에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하며, 승강기 카에는 24×84인치 크기의 구급용 들것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요구된다.

문제는 작은 공동주택에서도 이러한 요구가 그대로 적용되면서 승강기가 커지고 승강로와 건축공사까지 함께 커진다는 점이다.

법안 심의 과정에서는 미국의 승강기가 서유럽 등에 비해 크고 비싸며, 높은 비용 때문에 일부 개발업체가 승강기를 아예 설치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소형 승강기가 허용되면 설비가격을 낮추고 더 많은 제조사와 유지관리업체가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는 법안 심의 과정의 찬성 측 증언이라는 점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워싱턴주 의회의 선택은 단순했다.

‘큰 승강기 아니면 설치하지 마라’가 아니라 ‘안전을 확보하면서 작은 승강기도 설치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 안전기준도 다시 본다…“비용과 안전의 균형”

워싱턴주는 승강기 크기만 줄이는 데 그치지 않았다.

새 법은 승강로 출입구 보호와 양방향 영상 비상통신장치 등 기존 승강기 요구사항이 소규모 공동주택에서 비용과 안전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도 다시 검토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소방 관계자와 건축 담당자, 승강기 검사관, 대형 승강기 제조사, 설치·유지관리 노동자뿐 아니라 장애인단체, 고령자단체, 소규모 공동주택 개발자와 건축가까지 참여하는 기술자문그룹을 구성하도록 했다.

안전기준을 낮추겠다는 것이 아니다.

안전을 위해 만든 규제가 오히려 승강기 설치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수준이라면 그 규제가 실제 접근성을 높이고 있는지를 다시 보겠다는 접근이다.

  • 한국은 아직 200kg 넘는 홈엘리베이터를 ‘고급주택’ 판단 기준으로

한국의 상황을 보면 흥미로운 대조가 나타난다.

현재 지방세법 시행령은 시가표준액이 9억원을 초과하는 단독주택에 적재하중 200kg을 초과하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으면 고급주택으로 분류하는 기준을 두고 있다.

공동주택은 이 조항에서 제외되며, 적재하중 200kg 이하의 소형 엘리베이터 역시 제외된다.

따라서 흔히 업계에서 말하는 ‘홈엘리베이터 사치세’는 정확한 법률용어는 아니다.

정확히는 엘리베이터 설치가 고급주택 판정요소가 되면서 취득세 중과로 이어지는 구조다.

고급주택으로 분류되면 지방세법상 일반 취득세율에 중과기준세율의 400%, 즉 8%포인트가 추가된다.

예컨대 신축 단독주택에 적용되는 일반적인 원시취득 세율과 결합될 경우 세 부담 차이는 상당할 수 있다.

  • 왜 하필 ‘200kg’인가

더 흥미로운 것은 이 기준의 역사다.

정부는 이미 1998년 장애인과 노약자의 이동편의를 이유로 적재하중 200kg 이하 소형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단독주택을 고급주택에서 제외했다.

당시 정부가 밝힌 개정 이유도 명확했다. 장애인이나 노약자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2011년에는 문제가 다시 제기됐다.

당시 행정안전부는 적재하중 200kg을 초과하는 승강기를 설치한 단독주택이 취득세 중과대상이 되면서 장애인과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의 이동편의와 충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공시가격 6억원 이하 단독주택은 승강기 규모와 관계없이 고급주택 중과에서 제외하도록 제도를 완화했다. 당시 정부 설명에서는 휠체어 이용자의 이동편의를 위해 300kg 이상의 승강기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는 점이 언급됐다.

이후 가격기준은 현재 9억원으로 높아졌다.

그러나 ‘200kg을 초과하는 엘리베이터’라는 시설 기준 자체는 지금도 남아 있다.

  • 50년 전 ‘사치시설’ 논리가 지금도 맞나

한국의 고급주택 중과제도는 사치성 재산에 대한 과세라는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도 이 기준이 시대 변화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024년에는 수십억원에서 100억원을 넘는 일부 초고가 공동주택이 면적 기준 때문에 고급주택에 포함되지 않는 반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단독주택은 면적이나 엘리베이터 때문에 고급주택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조세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2025년에도 장애인 이동권 측면에서 단독주택의 승강기를 여전히 고급주택 판단기준으로 삼는 것이 적절한지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과거에는 개인주택 안의 승강기가 일부 부유층만 누리는 시설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고령자가 자신의 집에서 계속 생활하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가 중요해지고, 휠체어 이용자나 보행이 어려운 사람에게 계단을 대신할 수직 이동수단은 장식품이 아니라 생활시설에 가깝다.

그런데 한국의 현행 세법은 여전히 일정 조건의 단독주택에서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대형 수영장을 같은 ‘고급주택’ 판정조항 안에서 다루고 있다.

  • “세금 때문에 불법 설치”는 단정하면 안 된다

일각에서는 높은 세 부담 때문에 홈엘리베이터를 사용승인 이후 별도로 설치하거나, 정식 승강기 대신 다른 설비를 선택하는 편법·불법 설치가 생긴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이번 취재 과정에서 현재 국내에서 세금을 피하기 위해 불법 홈엘리베이터 설치가 얼마나 발생하고 있는지를 입증할 공식 통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세금 때문에 불법 설치가 성행한다’고 단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다만 세제가 소비자의 선택을 왜곡할 가능성은 따져볼 필요가 있다.

200kg을 기준으로 세 부담 여부가 갈린다면 소비자는 실제 이용 편의와 안전에 적합한 용량보다 세법상 기준을 먼저 고려할 유인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현행 세제 구조에서 도출되는 정책적 문제다.

  • 미국은 “설치하도록 규제를 바꾸고”, 한국은 “설치하면 세금을 더 낼 수 있다”

워싱턴주의 소형 공동주택 승강기 정책과 한국의 단독주택 취득세 제도는 직접적으로 동일한 제도는 아니다.

미국 사례는 건축·승강기 기술기준, 한국 사례는 지방세제에 관한 문제다.

그럼에도 정책 방향은 비교할 가치가 있다.

워싱턴주는 기존 규격이 너무 비싸 승강기를 설치하지 않는 건물이 생긴다는 문제를 발견하자 안전을 유지하면서 더 작고 저렴한 승강기를 설치할 길을 열었다.

한국은 장애인과 노약자의 이동편의를 이유로 두 차례 제도를 완화했음에도, 2026년 현재 일정 가격 이상의 단독주택에서는 여전히 200kg 초과 엘리베이터 자체가 고급주택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남아 있다.

이 차이는 앞으로 한국의 주택용 승강기 정책이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 한국도 ‘작은 승강기’를 넘어 ‘설치하기 쉬운 승강기’ 정책 필요

한국도 승강기의 안전기준을 무조건 낮출 필요는 없다.

오히려 안전을 확보하면서 주택용 승강기를 합법적으로 설치하기 쉽도록 세금·건축·승강기 제도를 함께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 번째 검토 대상은 200kg 기준이다.

20여년 전에 노약자와 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진 예외기준이 현재의 체격, 휠체어 이용환경과 승강기 기술 수준에도 적절한지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엘리베이터=고급주택’이라는 시설 중심 기준이다.

주택가격과 실제 사치성은 별도로 평가하면서, 단순히 수직 이동수단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세 부담을 크게 높이는 것이 합리적인지 따져봐야 한다.

세 번째는 고령자와 장애인이 실제 거주하는 주택에 대한 별도 예외다.

현재처럼 가격과 200kg이라는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기보다 이동권 확보를 목적으로 설치되는 승강기에는 별도의 세제기준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워싱턴주가 던지는 메시지는 ‘작은 승강기가 더 좋다’는 것이 아니다.

규제가 안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면, 그 규제 때문에 필요한 승강기를 아예 설치하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지는 않은지도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고령사회로 접어든 한국에도 필요한 질문이다.

엘모아 한 줄 요약

미국은 승강기를 더 많이 설치할 수 있도록 규격을 유연하게 바꾸고 있는데, 한국은 여전히 일정 단독주택의 엘리베이터를 ‘고급주택’ 판단요소로 보고 있다.

업계 체크포인트

  • 워싱턴주는 6층·24가구 이하 공동주택에서 접근성 기준을 충족하는 소형 승강기를 허용하도록 2027년 기술기준 개정을 법으로 정했다.
  • 한국은 시가표준액 9억원 초과 단독주택에 200kg 초과 엘리베이터가 설치되면 고급주택 취득세 중과대상이 될 수 있다.
  • 정부도 과거 장애인·노약자의 이동편의를 이유로 두 차례 기준을 완화했지만 ‘200kg’이라는 승강기 기준 자체는 여전히 남아 있다.
  • 고령화 시대에는 홈엘리베이터를 사치시설이 아니라 생활·접근성 인프라로 보고 세제와 설치기준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엘모아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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