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히자 엘리베이터가 숲·바다·우주로 변한다…

뉴스 Profile elmoa 2026-09-23 06:53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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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모아=편집부] 엘리베이터는 가장 익숙한 이동수단이지만, 동시에 많은 사람에게 가장 답답한 공간이기도 하다. 호주 멜버른 기반의 디자인 프로젝트 NUMA는 바로 그 지점을 겨냥했다. 이 프로젝트는 엘리베이터 내부를 단순한 철제 상자가 아니라, 감정을 안정시키는 몰입형 공간으로 바꾸겠다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프로젝트 소개에 따르면 NUMA는 “엘리베이터와 같은 좁은 수직 공간에 감정 반응형 프로젝션 시스템을 적용한 몰입형 디자인 개념”이며, 31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심리 연구를 바탕으로 설계됐다.

핵심은 구조를 뜯어고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프로젝트 팀은 NUMA를 기존 승강기에 건축적 재시공 없이 설치 가능한 저개입(low-intervention) 시스템으로 설명한다. 공간 스캐닝과 프로젝션 매핑을 활용해 서로 다른 엘리베이터 크기와 벽 구조에 맞춰 영상을 정렬하고, 천장이나 벽면에 차분한 시각효과를 투사하는 방식이다. 즉, 비싼 리모델링 없이도 “엘리베이터 경험” 자체를 바꾸겠다는 접근이다.

이 프로젝트가 흥미로운 이유는 문제의식이 꽤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팀은 아이디어 단계에서 지하철, 대기실, 엘리베이터처럼 사람들이 통제력을 잃기 쉬운 공간을 검토했고, 그중에서도 엘리베이터를 핵심 대상으로 좁혔다. 설명에 따르면 엘리베이터는 설문과 포럼에서 불안 유발 요인으로 가장 자주 거론된 공간이었고, 밀폐 공포와 연결되는 대표적 장소로 분석됐다. 단순히 “예쁜 영상”을 틀겠다는 것이 아니라, 공포감과 답답함을 줄이는 환경 설계로 접근한 셈이다.

실제 구성도 재미있다. NUMA는 두 가지 모드를 상정했다. 데일리 모드(Daily Mode) 에서는 버튼을 눌러 한쪽 벽이나 천장에 부드러운 영상을 띄우고, 탑승자가 장면을 선택할 수 있다. 반면 비상 모드(Emergency Mode) 는 엘리베이터 고장이나 공황 상황을 가정해, 길게 누르면 360도 몰입형 영상과 동기화된 사운드가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사용하지 않으면 60초 뒤 자동 종료되는 구조다. 평소에는 은은하게, 불안이 커졌을 때는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방식이다.

콘텐츠 역시 “닫힌 공간을 잊게 만드는 장면”에 집중돼 있다. 프로젝트는 숲(Forest), 바닷속(Underwater), 하늘·우주(Skyscape) 세 가지 환경을 제안한다. 숲 장면은 머리 위로 새가 날고 나뭇잎이 흔들리며 개방감을 주고, 바닷속 장면은 물고기 떼와 푸른빛을 통해 호흡 리듬을 안정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 하늘·우주 장면은 좁은 객실과 무한한 공간의 대비를 통해 심리적 압박을 누그러뜨리는 구상이다. 엘리베이터를 “이동의 통로”가 아니라 “감정 회복 장치”로 다시 해석한 셈이다.

물론 NUMA는 아직 상용 제품이라기보다 컨셉 중심의 디자인 프로젝트에 가깝다. 프로젝트 페이지에 따르면 개발 기간은 2025년 4월부터 6월까지, 소속은 QIMU Design이며, 팀은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스트 Shimin Gu, 환경 아티스트·리서처 Yixuan Huang, 제품 리드 Xuanchen Li로 구성됐다. 동시에 이 프로젝트는 C2A, Loop Design Awards, French Design Awards, NY Product Design Awards 등 여러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 실적도 올렸다. 즉, 업계의 본격 보급 단계는 아니지만 디자인계에서는 이미 “가능성 있는 미래 승강기 경험”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뜻이다.

승강기 업계 관점에서 보면 더 흥미롭다. 지금까지 승강기 혁신은 주로 속도, 안전성, 원격관리, 에너지 효율 같은 기술 중심으로 이야기돼 왔다. 그런데 NUMA는 질문을 바꾼다. “승강기는 사람을 얼마나 빨리 옮기느냐”뿐 아니라 “그 짧은 시간에 사람을 얼마나 편안하게 만들 수 있느냐”도 중요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초고령사회, 장애인 접근성, 정신적 스트레스 완화가 중요해지는 흐름을 감안하면, 앞으로의 승강기 디자인은 기계장치만이 아니라 심리적 경험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현재로선 합리적 추론이지만, NUMA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미래의 엘리베이터는 단순히 위아래로 움직이는 상자가 아니라, 사람의 상태를 읽고 반응하는 공간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엘리베이터 안 몇 초의 경험을 바꾸는 일이 과연 큰 의미가 있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출근길, 병원, 공공청사, 지하철 역사, 쇼핑몰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짧은 체류 공간’이 사람의 긴장도를 낮추고 불안을 덜어준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NUMA는 아직 프로토타입이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히 보여준다. 엘리베이터는 더 이상 “기계실의 연장”만이 아니라, 디자인과 감정이 만나는 생활 인프라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엘모아 한 줄 요약

NUMA는 엘리베이터를 단순 이동수단이 아니라 불안을 낮추는 몰입형 공간으로 바꾸려는 디자인 프로젝트다.

업계 체크포인트

  • NUMA는 기존 승강기에 구조 변경 없이 적용 가능한 저개입 시스템을 지향한다.

  • 핵심 타깃은 밀폐공포와 엘리베이터 불안이다.

  • 데일리 모드비상 모드로 사용 상황을 나눠 설계했다.

  • 숲·바닷속·우주 같은 시각 환경을 통해 감정 안정과 개방감을 유도한다.

엘모아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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