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줄 서기 다시 접었다…200명 숙의 끝에 돌아온 것은 ‘11년 전 안전수칙’

뉴스 Profile elmoa • 2026-09-28 06:58 •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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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이해를 돕기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엘모아=편집부] 에스컬레이터에서는 한 줄로 서야 할까, 두 줄로 서야 할까. 수십 년째 이어진 이 논쟁에 정부가 다시 한번 결론을 내렸다. 결론부터 말하면 ‘몇 줄로 설지는 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9월 23일 제1차 승강기 안전관리 기본계획에 포함돼 있던 ‘안전한 에스컬레이터 이용을 위한 두 줄 서기 문화 정착’ 방침을 수정하기로 했다. 앞으로 일률적인 두 줄 서기 캠페인이나 규제는 추진하지 않고, 손잡이 잡기·걷거나 뛰지 않기·안전선 지키기 등 기존의 3대 안전수칙을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결정이 정부가 국민 200여 명을 모아 대규모 숙의토론까지 진행한 뒤 나왔다는 것이다. 행안부는 지난 8월 29일 연세대학교 백양누리에서 국민 참여단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모두의 토론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25개 분임으로 나뉘어 한 줄 서기와 두 줄 서기뿐 아니라 사고 원인, 설비 유지관리, 혼잡도와 이용 환경 등을 논의했다.

토론 결과만 놓고 보면 오히려 ‘두 줄 서기’에 대한 선호는 높아졌다. 토론 전 조사에서 두 줄 서기를 선택한 비율은 31.4%였지만 토론 후에는 45.9%로 14.5%포인트 상승했다. 반대로 한 줄 서기는 29.9%에서 13.4%로 크게 줄었다. ‘안전한 이동이 중요하다’는 응답도 63.4%에서 76.8%로 상승했다.

그런데 정부는 두 줄 서기를 다시 추진하는 대신 ‘자율’을 선택했다.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이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고, 줄의 형태보다 실제 안전 행동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는 이유에서다. 행안부는 특히 사고 상당수가 한 줄 또는 두 줄 자체보다 다른 사람에게 길을 비켜주다가 균형을 잃어 넘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점도 설명했다.

전문가 의견 역시 ‘몇 줄로 서느냐’보다 ‘에스컬레이터에서 움직이느냐’에 초점이 맞춰졌다. 토론회에서 한국승강기대학교 허윤섭 교수는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사람이 걸을 경우 발판에 전달되는 충격이 커져 설비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지관리 측면에서도 부품 수명 예측과 부품 확보 등 설비 관리가 함께 논의됐다.

 

2007년 시작했다가 2015년 폐기…그리고 2026년 다시 원점

이번 결정이 더욱 눈길을 끄는 이유는 한국의 에스컬레이터 정책이 이미 비슷한 과정을 한 차례 겪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7년부터 안전과 설비 편마모 문제 등을 이유로 ‘두 줄 서기’ 캠페인을 벌였다. 그러나 8년 뒤인 2015년 국민안전처는 이를 공식 중단했다. 당시에도 이유는 지금과 비슷했다. 한 줄 서기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명확한 근거가 부족하고 시민들의 한 줄 서기 선호가 여전히 높다는 판단이었다.

그리고 당시 새롭게 내놓은 안전수칙이 바로 손잡이 잡기, 걷거나 뛰지 않기, 안전선 안에 서기였다.

11년 뒤인 2026년 정부는 다시 두 줄 서기 정착을 제1차 승강기 안전관리 기본계획에 넣었다. 그러나 국민 토론과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친 뒤 다시 이를 삭제하고 3대 안전수칙으로 돌아왔다. 결과만 놓고 보면 2015년의 결론과 상당히 유사하다.

 

‘9천만원 토론회’ 논란도

정책 결과와 별개로 토론회 비용을 둘러싼 논란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실이 행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인용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제2회 ‘모두의 토론회’에는 약 9천만원이 투입됐다.

일각에서는 200여 명이 참여한 숙의토론과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입하고도 결과적으로 기존에 시행해 온 3대 안전수칙을 다시 강조하는 수준에 머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반면 행안부는 토론을 통해 안전과 편리성 모두가 중요하다는 국민 의견을 확인했고, 줄 서기 방식 하나를 강제하기보다는 실제 사고를 줄일 수 있는 종합적인 이용환경 개선으로 정책 방향을 정했다는 입장이다.

토론회 운영 과정에서는 설문조사 결과를 잘못 발표했다가 수정하는 일도 있었다. 행안부는 당시 미리 만든 그래프에 수치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1차와 2차 조사 결과가 뒤바뀌었다고 설명하고 참가자들에게 사과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몇 줄’보다 ‘걷지 않는 것’

정부의 후속대책은 비교적 명확하다. 두 줄 서기를 강제로 정착시키기보다는 주행거리가 길거나 이용자가 많은 위험 구간에 공공근로자나 자원봉사자를 배치하고, 어린이와 노약자 교육을 확대할 계획이다. 손잡이를 잡는 것을 꺼리는 이용자를 고려해 손잡이 소독기를 설치하고 바닥표시와 안전 안내표지도 확대한다.

결국 정책의 초점은 ‘어느 쪽에 서야 하는가’에서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로 이동했다.

한 줄이냐 두 줄이냐를 놓고 정부와 시민이 오랜 시간 논쟁을 반복해 왔지만, 2026년 정부가 다시 내린 결론은 의외로 단순하다. "손잡이를 잡고, 걷거나 뛰지 말고, 안전선 안에 서는 것".

어쩌면 에스컬레이터 안전 문제는 처음부터 ‘몇 줄로 서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이번 논의를 지켜보면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2007년부터 추진했던 두 줄 서기 정책이 2015년 중단됐던 이유와 당시의 시행착오를 이번 정책 추진 과정에서 충분히 되짚었는지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에스컬레이터 안전은 어느 줄에 서느냐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손잡이를 잡고, 걷거나 뛰지 않으며, 다른 이용자를 밀거나 앞지르지 않는 기본적인 시민의식이 훨씬 중요하다. 동시에 사업자와 관리주체 역시 에스컬레이터 상태 등을 꾸준히 점검하고 적절히 유지보수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논의가 ‘두 줄 서기 캠페인’ 자체에 많은 에너지를 쏟기보다,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설비의 유지보수 수준을 높이는 쪽으로 더 깊게 접근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두 줄 서기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들인 행정력과 시간, 그리고 이를 둘러싸고 찬반 토론에 참여했던 시민과 전문가들의 노력까지 생각하면 결과적으로 다시 원점에 가까운 결론으로 돌아온 상황은 적지 않은 허탈감을 남긴다.

에스컬레이터 안전은 구호 하나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용자의 안전의식과 관리주체의 철저한 유지보수, 그리고 실제 사고 원인에 기반한 정책이 함께 가야 한다.


엘모아 한 줄 요약

정부가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정책을 다시 접었다. 국민 200여 명의 숙의토론을 거쳐 내린 결론은 두 줄 강제가 아닌 손잡이 잡기·걷지 않기·안전선 지키기였다.

업계 체크포인트

  • 두 줄 서기 캠페인과 규제는 더 이상 추진하지 않는다.
  • 정부 기본계획도 ‘두 줄 서기 문화 정착’에서 ‘자율적 안전문화 정착’으로 수정된다.
  • 토론회에서는 두 줄 서기 선호가 31.4%에서 45.9%로 높아졌지만 정부는 강제하지 않기로 했다.
  • 2007년 추진했다가 2015년 폐기했던 두 줄 서기 정책이 2026년 다시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다.

엘모아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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