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NE이 공개한 차세대 초고층 엘리베이터 기술…문제는 건물 높이가 아니라 ‘로프의 무게’였다

뉴스 Profile elmoa • 2026-10-06 07:38 •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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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이해를 돕기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엘모아=편집부] 엘리베이터가 100층짜리 건물까지 올라가는 것은 이제 특별한 기술이 아니다. 하지만 건물이 500m, 700m를 넘어 1km에 가까워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건물 자체를 높게 만드는 것보다 사람을 그 높이까지 한 번에 실어 나르는 엘리베이터를 만드는 것이 더 어려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KONE는 지난 10월 1일 초고층 건물을 위한 새로운 엘리베이터 기술 패키지를 공개했다. 무선 전력·데이터 전송, 스스로 학습하는 AI 기반 운행제어, 초경량 복합재 로프, 전자기계식 안전장치 등을 하나의 고층빌딩 솔루션으로 묶은 것이다. KONE는 이 기술들이 1km를 넘어서는 초고층 건물의 설계를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하나 있다. KONE가 이번에 ‘1km를 넘는 엘리베이터가 이미 상용 운행을 시작했다’고 발표한 것은 아니다. 현재 공개된 기술의 핵심은 1km를 넘어서는 초고층 건물을 염두에 두고 기존 엘리베이터의 한계를 하나씩 제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엘리베이터는 왜 1km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일까.

 

500m가 넘어가면 승객보다 로프가 더 무거워진다

초고층 엘리베이터의 가장 큰 문제는 의외로 모터의 힘이 아니다. 로프 자체의 무게다.

일반적인 승강기는 강철 로프를 이용해 카를 움직인다. 그런데 이동거리가 길어질수록 로프가 길어지고, 로프가 길어질수록 당연히 무거워진다.

문제는 어느 순간부터 로프가 승객과 카를 들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들어 올리는 데에도 엄청난 힘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KONE는 500m 정도의 이동거리를 강철 로프로 구현할 경우 엘리베이터 시스템의 움직이는 질량이 약 2만7000kg에 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반면 탄소섬유 기반의 UltraRope를 사용하면 같은 조건에서 움직이는 질량을 약 1만3000kg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는 것이 KONE의 설명이다.

쉽게 말하면 엘리베이터 한 대가 사람을 태우고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태운 자동차와 함께 자동차 여러 대를 로프에 매달고 수백 미터를 오르내리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되는 셈이다.

그래서 초고층 건물에서는 지금도 중간층에 스카이로비를 만들고 엘리베이터를 나눠 운행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지상에서 1층부터 150층까지 하나의 엘리베이터가 계속 올라가는 대신, 일정 높이까지 셔틀 엘리베이터로 이동한 뒤 다른 엘리베이터로 갈아타는 방식이다.

결국 1km 엘리베이터를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더 강한 모터가 아니라 더 가벼운 로프다.

 

KONE가 2013년부터 준비한 ‘UltraRope’

KONE가 이번에 공개한 기술이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인 UltraRope는 이미 2013년 공개됐다. 기존 강철 로프 대신 탄소섬유를 중심으로 한 복합재 구조를 사용해 로프 자체의 무게를 크게 줄이는 방식이다. KONE는 기존 강철 로프보다 약 80% 가벼우며, 향후 최대 1000m의 엘리베이터 운행거리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해 왔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로프 하나가 가벼워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로프가 가벼워지면 이를 움직이기 위한 구동부의 부담도 줄어든다. 카와 로프, 균형추 등 움직이는 질량 자체를 줄일 수 있고, 결과적으로 모터와 제어시스템이 감당해야 할 부하도 낮아진다.

초고층으로 올라갈수록 이 효과는 더 커진다.

KONE는 UltraRope를 적용하면 800m 이동거리에서 에너지 절감 효과가 40%를 넘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 탄소섬유 로프는 건물의 흔들림에 대한 민감도가 강철 로프와 달라 강풍이나 건물 진동에 따른 운행중단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즉 초고층 엘리베이터에서 로프는 단순한 ‘줄’이 아니다. 승강기의 운행거리와 에너지 소비, 승차감, 안전성까지 결정하는 핵심 부품이다.

 

그런데 1km로 올라가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로프의 무게만 해결한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엘리베이터 카는 계속 움직여야 하고, 카 안에는 전력과 통신을 위한 케이블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엘리베이터에서는 카가 움직이는 만큼 이동 케이블도 함께 움직인다.

수백 미터 높이에서 케이블이 길어지면 이 역시 상당한 움직이는 질량이 된다.

KONE가 이번에 함께 공개한 것이 무선 전력·데이터 전송 기술이다. 엘리베이터 카에 필요한 전력과 데이터를 기존처럼 긴 이동 케이블로 전달하지 않고 무선 방식으로 처리해 움직이는 부품의 질량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KONE는 300m 운행거리의 엘리베이터를 기준으로 무선 솔루션을 적용하면 시스템 질량을 약 3000kg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건물의 흔들림으로 인해 케이블이 흔들리는 문제에도 영향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결국 초고층 엘리베이터의 방향은 하나로 모인다.

움직이는 것은 최대한 가볍게 만들고,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것은 없애는 것이다.

 

안전장치도 ‘로프 없는 방향’으로 바뀐다

이번 발표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부분은 안전장치다.

일반적인 엘리베이터의 과속조절기(governor)는 별도의 로프를 이용해 카의 과속을 감지하고 비상정지 장치를 작동시키는 구조가 널리 사용돼 왔다.

그런데 엘리베이터의 이동거리가 길어질수록 이 안전장치용 로프 역시 길어지고 무게와 흔들림이라는 문제를 안게 된다.

KONE는 이를 대체하기 위한 전자기계식 안전장치(electromechanical safety gear)를 새로운 고층빌딩 솔루션에 포함시켰다. 기존의 로프 기반 안전장치에서 벗어나 전자적 신호와 기계적 제동을 결합해 안전기능을 구현하겠다는 개념이다.

여기에서도 같은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초고층 엘리베이터에서는 단순히 부품을 더 강하게 만드는 것보다 길고 무거운 기계적 연결을 줄이는 것 자체가 기술 경쟁력이 되고 있다.

 

AI는 엘리베이터를 빠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덜 움직이게’ 한다

이번 발표에서 일반 승강기 업계가 특히 주목할 부분은 AI다.

KONE의 AI 기반 목적층 제어 시스템은 승객이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학습해 여러 대의 엘리베이터에 승객을 효율적으로 배분한다. 단순히 버튼을 누른 사람을 가장 가까운 카에 태우는 방식이 아니라 건물 전체의 사람 흐름을 분석하는 것이다.

KONE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피크 시간대 이동시간을 약 60%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이 초고층 건물에서 중요한 이유는 단순하다.

1km에 가까운 건물에서는 엘리베이터 한 대를 빠르게 만드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엘리베이터가 한 번 출발하면 이동거리가 워낙 길기 때문에 승객을 잘못 배정하면 전체 시스템의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따라서 미래의 초고층 엘리베이터는 최고속도 경쟁보다 ‘불필요한 운행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중요해질 가능성이 높다.

엘리베이터를 더 빨리 움직이는 것보다 처음부터 승객을 가장 적절한 카에 배정하는 것이 전체 이동시간을 줄이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적용은 이미 시작됐다…725m 부르즈 아지지

이번 발표가 단순한 연구개발 계획으로만 끝나는 것은 아니다.

KONE는 두바이에 건설되는 부르즈 아지지(Burj Azizi)에 이번 고층빌딩 솔루션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건물 높이는 725m이며, 하나의 엘리베이터가 약 631.5m를 연속으로 이동하는 구간이 들어갈 예정이다.

여기에는 AI 기반 목적층 제어, UMX 구동기, UltraRope, 전자기계식 안전장치, 배터리 기술 등이 적용된다.

특히 631.5m라는 단일 운행거리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건물 높이가 725m라고 해서 엘리베이터 한 대가 지하부터 꼭대기까지 725m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초고층 건물은 여전히 승객 흐름과 안전, 설비 배치에 따라 여러 구간으로 나눠 운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그럼에도 600m를 넘는 단일 운행거리가 실제 프로젝트에 적용된다는 것은 ‘초고층 엘리베이터의 실험실 기술’이 실제 건축물로 넘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1km 건물의 진짜 시험대는 사우디 제다타워

더 흥미로운 프로젝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타워(Jeddah Tower)다.

제다타워는 1km를 넘는 높이를 목표로 건설되는 초고층 건물이며, KONE는 이 프로젝트에 67대의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29대의 MiniSpace 엘리베이터는 최대 10m/s의 속도를 갖고, 4대에는 UltraRope가 적용된다.

KONE는 UltraRope가 630m가 넘는 수직 이동구간에서 에너지 소비를 최대 15%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1km짜리 건물 = 1km짜리 엘리베이터 한 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1km 건물을 현실적으로 운영하려면 초고속 엘리베이터, 스카이로비, 더블데크 엘리베이터, 목적층 제어, 로프 기술, 안전장치, 원격 모니터링을 모두 조합해야 한다.

 

결국 1km 엘리베이터의 경쟁은 ‘속도’가 아니다

이번 KONE의 발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나의 공통된 방향이 보인다.

로프는 가볍게 만든다.

기계실과 구동기는 작게 만든다.

트래블링 케이블은 없앤다.

안전장치의 기계적 연결도 줄인다.

AI를 이용해 불필요한 운행을 줄인다.

그리고 건물 전체의 사람 흐름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관리한다.

즉 1km 초고층 엘리베이터의 핵심은 “더 강한 모터를 만들어 더 높이 올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움직이는 질량을 줄이고, 시스템을 단순화하고, 엘리베이터가 움직여야 할 횟수 자체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이 때문에 이번 KONE의 발표는 단순한 신제품 발표로 볼 필요가 없다. 앞으로 초고층 승강기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에 가깝다.

특히 현재 세계 곳곳에서 600~1000m급 초고층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승강기 업체의 경쟁력은 단순한 ‘최대 속도’나 ‘최대 적재하중’에서 벗어나고 있다. 얼마나 가볍게 만들 수 있는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흔들림을 제어할 수 있는가, 얼마나 적은 에너지로 사람을 이동시킬 수 있는가, 그리고 수천 명의 승객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는가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따라서 KONE가 말하는 ‘1km를 넘어서는 도시’는 당장 1km를 한 번에 오르는 엘리베이터가 상용화됐다는 의미라기보다, 지금까지 엘리베이터의 물리적 한계로 여겨졌던 요소들을 하나씩 제거하면서 1km급 초고층 건축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 체계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엘모아 한 줄 요약

1km 엘리베이터의 핵심은 더 강한 모터가 아니라 ‘로프·케이블·구동부의 무게를 얼마나 줄이고, 엘리베이터를 얼마나 똑똑하게 움직이느냐’에 있다.

업계 체크포인트

  • UltraRope: 기존 강철 로프 대비 약 80% 가벼운 탄소섬유 기반 로프
  • 무선 전력·데이터: 장거리 트래블링 케이블을 줄여 초고층에서 움직이는 질량 감소
  • AI 목적층 제어: 승객 흐름을 학습해 피크 시간대 이동시간을 줄이는 방식
  • 초고층 안전: 기존 로프 기반 안전장치의 한계를 줄이기 위한 전자기계식 안전장치
  • 실제 적용: 725m 부르즈 아지지에서 631.5m 단일 운행거리 구현 예정, 1km급 제다타워에도 UltraRope 적용

엘모아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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