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안전하면 무조건 느려야 하나…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감속’ 세계는 어떻게 하나

뉴스 Profile elmoa 2026-08-24 07:19 수정됨
21 0 0

기사의 이해를 돕기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정부, 11년 만에 ‘두 줄 서기’ 다시 검토…오는 29일 국민 토론회
일본은 양쪽 서기, 런던은 여전히 오른쪽 서기…속도도 국가·시설별 제각각
싱가포르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는 0.75m/s…뉴욕은 혼잡하면 오히려 속도 상향
에스컬레이터는 교통약자 전용이 아닌 ‘대량수송 설비’…안전과 이동효율 함께 봐야

 

[엘모아=편집부] 에스컬레이터에서는 한 줄로 서야 할까, 두 줄로 서야 할까.

우리나라에서 이미 한 차례 끝난 줄 알았던 논쟁이 11년 만에 다시 시작됐다.

행정안전부와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은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문화 정착을 검토하고 있다. 행안부는 오는 8월 29일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에스컬레이터 안전 이용’을 주제로 국민 토론회까지 개최한다.

다만 현재 정부가 전국적인 ‘두 줄 서기’를 최종 확정한 것은 아니다. 행안부 역시 이번 토론회가 한 줄·두 줄의 단순 찬반을 넘어 사고 원인과 실제 이용행태, 설비·유지관리, 제도개선 방안을 함께 논의하는 자리라고 설명하고 있다.

논쟁에서 한 단계 더 생각해야 할 문제가 있다.

두 줄 서기와 에스컬레이터 운행속도다.

걷지 못하게 하려면 속도를 낮춰 이용자의 불편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고령자의 승하차 안전을 위해 저속운행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 주요 도시의 운영방식을 살펴보면 의외의 결과가 나온다.

해외에서도 에스컬레이터에서 걷지 않도록 하는 움직임은 존재한다. 하지만 안전을 이유로 모든 에스컬레이터의 속도를 일률적으로 낮추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교통시설의 혼잡도와 이용자 특성에 따라 느리게도, 빠르게도 운행하는 방식이 함께 사용되고 있다.

 

정부는 왜 다시 ‘두 줄 서기’를 꺼냈나

정부가 두 줄 서기를 다시 검토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전사고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에스컬레이터 중대사고 135건 가운데 이용자 과실로 분류된 사고는 90건으로 약 66.7%였다. 이 가운데 넘어짐 사고가 77.8%를 차지했고 피해자의 상당수가 65세 이상 고령자였다.

행안부 관계자도 올해 4월 에스컬레이터 이용이나 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인 사고가 연평균 약 14건이라며 이를 연구용역 추진 배경 가운데 하나로 설명했다.

또 한쪽으로만 서면서 발생하는 편중하중과 부품 마모 문제 역시 두 줄 서기 필요성을 주장하는 근거 가운데 하나로 제시되고 있다.

그렇다고 두 줄 서기에 대한 논리가 완전히 새롭게 등장한 것은 아니다.

정부는 2007년에도 두 줄 서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러나 8년 뒤인 2015년 캠페인을 중단했다.

당시 정부가 밝힌 이유 중 하나는 한 줄 서기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았고 두 줄 서기에 대한 시민 호응 역시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정부는 ‘손잡이 잡기·걷거나 뛰지 않기·안전선 안에 타기’를 중심으로 안전수칙을 홍보해왔다.

결국 2026년의 논의는 11년 전에 중단했던 정책을 새로운 사고자료와 이용환경을 토대로 다시 검증하는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일본은 ‘양쪽 모두 서기’…하지만 런던은 지금도 한쪽 비운다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일본 나고야시는 에스컬레이터에서 왼쪽과 오른쪽 어느 쪽에 서더라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도록 하는 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나고야시는 걷거나 뛰면 넘어지거나 다른 이용자와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며 손잡이를 잡고 서서 이용하도록 안내한다.

한국이 검토하고 있는 두 줄 서기와 상당히 비슷한 방식이다.

하지만 이것이 세계 공통 규칙은 아니다.

런던교통공사(TfL)는 현재도 런던 지하철 이용객에게 에스컬레이터 오른쪽에 서고 급한 승객이 지나갈 수 있도록 공간을 비워두라고 공식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즉 세계 주요 도시들조차 ‘한 줄 서기냐 두 줄 서기냐’에 대해 동일한 답을 내놓고 있지 않다.

 

그런데 두 줄 서기가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을 실어 나를 수도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다.

두 줄 서기가 반드시 수송효율을 떨어뜨리는 것도 아니다.

런던교통공사는 과거 Holborn역에서 긴 에스컬레이터의 양쪽 모두에 승객을 세우는 실험을 실시했다.

분석 결과 에스컬레이터 양쪽에 모두 승객이 서는 경우 이론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승객은 분당 112.5명으로 계산됐다. 기존처럼 오른쪽에 서고 왼쪽에서 걷는 방식은 81.25명으로 산정됐다.

양쪽 모두 서면 처리량이 약 27.8% 증가할 수 있다는 결과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긴 에스컬레이터에서는 모든 사람이 걸어 올라가지 않는다. 한쪽에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데 반대쪽은 걷는 사람이 적어 상당 부분 비어 있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두 가지 ‘효율’을 구분해야 한다.

한 사람이 목적지까지 빨리 가는 개인 이동속도에서는 걸어가는 공간을 두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한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을 이동시키느냐는 전체 수송능력에서는 양쪽 모두 서는 방식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그래서 두 줄 서기는 단순히 ‘안전을 위해 효율을 포기하는 정책’이라고만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속도까지 낮추는 것’도 같은 문제일까

여기서 두 줄 서기와 감속운행을 반드시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현재 행안부가 전국 에스컬레이터를 일률적으로 저속화하겠다고 확정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행안부 관계자는 두 줄 서기를 시범 시행할 경우 속도를 조절하는 문제에 대해 안전사고 위험과 출퇴근 상황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두 줄로 서서 걷지 말자’와 ‘에스컬레이터 자체를 느리게 돌리자’는 서로 다른 정책이다.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이 차이가 더욱 분명해진다.

 

싱가포르는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오히려 더 빠르게 설계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의 교통시설 설계기준은 매우 흥미롭다.

일반 상업시설 에스컬레이터의 정격속도는 0.50m/s로 제시하지만, 대중교통시설에 설치되는 Transit Escalator는 0.75m/s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왜 교통시설이 더 빠를까.

많은 승객을 짧은 시간에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법규도 에스컬레이터의 목적을 단순히 안전장비라고 정의하지 않는다.

2025년 시행된 싱가포르 고정설비 규정은 에스컬레이터의 목적을 사람에게 편리한 이동수단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이용자를 부상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안전과 편리한 이동을 동시에 요구하는 것이다.

 

홍콩도 상업시설 0.5m/s, 철도·공항은 0.75m/s

홍콩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홍콩 정부 전기기계서비스부(EMSD)의 기술자료에 따르면 서비스온디맨드 방식 에스컬레이터의 일반적인 정격 운행속도는 0.5~0.75m/s 범위다.

홍콩 정부가 운영하는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시스템은 0.65m/s로 운행한다.

EMSD 자료는 당시 일반 쇼핑센터의 에스컬레이터가 대부분 0.5m/s, 철도역이나 공항에서는 많은 승객을 처리하기 위해 0.75m/s를 주로 사용한다고 설명한다.

여기에서도 속도를 결정하는 기준은 단순히 ‘빠르면 위험하고 느리면 안전하다’가 아니다.

그 장소가 얼마나 많은 승객을 처리해야 하는가가 중요한 설계조건이다.

 

뉴욕은 혼잡해지면 오히려 에스컬레이터 속도를 올린다

더 극적인 사례는 미국 뉴욕이다.

뉴욕 MTA 관련 공식 환경평가 자료에는 지하철 승객 증가로 특정 에스컬레이터에 혼잡이 발생할 경우 에스컬레이터 운행속도를 분당 100피트에서 120피트로 높이는 방안이 대책으로 명시돼 있다.

이는 약 0.51m/s에서 0.61m/s로 높이는 것이다.

왜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중교통기관이 속도를 높일까.

에스컬레이터의 수송능력이 부족하면 승객이 승강장과 대합실, 에스컬레이터 진입부에 쌓이게 된다.

혼잡 자체도 안전위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중교통에서는 ‘에스컬레이터 자체에서 넘어질 가능성’뿐 아니라 에스컬레이터가 사람을 충분히 빨리 빼내지 못해 발생하는 혼잡 위험까지 함께 안전문제로 취급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해외가 감속하지 않는다는 뜻도 아니다

반대로 해외에서 감속운행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홍콩 MTR은 에스컬레이터 사고와 고령자 낙상사고가 집중되는 일부 사고다발역(black spot station)에서 에스컬레이터 속도를 낮추는 시험을 실시한 바 있다.

영국 교통부의 교통약자 접근성 지침도 에스컬레이터의 권장 최고속도를 0.75m/s로 제시하면서, 이용객이 적은 장소에서는 약 0.5m/s까지 느린 속도가 더 적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중요한 것은 ‘감속 여부’보다 어디에서 감속하느냐다.

고령층의 이용 비율이 높고 승객이 많지 않은 곳이라면 저속운행의 안전효과가 수송능력 저하보다 클 수 있다.

반대로 하루 수십만 명이 이용하는 대형 환승역이라면 같은 속도 정책을 적용했을 때 승객 체류와 혼잡이라는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올해 국내 연구도 ‘모두 느리게’가 아니라 장소별 전략 제안

최근 발표된 국내 연구 결과도 흥미롭다.

지난 7월 국제학술지 Scientific Reports에는 국내 에스컬레이터 3만5,259대와 1993~2024년 사고 605건을 분석한 연구가 발표됐다.

연구진은 에스컬레이터 사고를 단순히 ‘이용자 과실’만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교통시설에서는 승객 밀도관리와 안내를 우선하고, 속도의 경우에는 이용자 연령 등 인구학적 특성에 맞춰 조정하는 이원화된 안전전략을 제안했다.

이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같은 에스컬레이터라도 지하철 환승역과 병원, 백화점, 공항, 대형마트가 똑같은 조건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신 연구 역시 모든 에스컬레이터를 하나의 속도로 낮추는 방식보다 시설과 이용자 특성에 맞는 운행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에스컬레이터는 원래 노약자용 이동수단인가

이 논쟁에서는 교통약자 문제도 반드시 짚어봐야 한다.

고령자가 에스컬레이터 사고에 취약하다는 이유로 안전대책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에스컬레이터의 본래 기능을 ‘노약자를 위한 이동설비’라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미국 Access Board의 ADA 접근성 기준을 보면 접근 가능한 수직 이동경로의 구성요소로 보행로·경사로·엘리베이터·플랫폼리프트 등을 규정하고 있으며 에스컬레이터는 접근 가능한 이동경로의 구성요소에 포함되지 않는다.

오히려 기존 건물에 에스컬레이터나 계단을 새로 설치하면서 대규모 구조변경이 이뤄진다면 별도로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접근경로를 확보하도록 요구한다.

영국 교통부도 에스컬레이터는 일부 이용자에게 사용하기 어렵고 휠체어 이용자는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큰 높이 차이가 있는 장소에는 일반적으로 엘리베이터를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즉 해외 접근성 정책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은 비교적 명확하다.

에스컬레이터를 모든 사람에게 맞춰 끝없이 느리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에스컬레이터는 대량수송 기능을 수행하고 이동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엘리베이터라는 확실한 대체수단을 제공하는 것이다.

 

‘안전 최우선’에도 질문은 필요하다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자체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뛰거나 걷다가 넘어지는 사고가 있고 특히 고령자의 사고피해가 크다면 이를 줄이기 위한 정책은 당연히 필요하다.

두 줄 서기 역시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

양쪽 공간을 모두 사용하면 전체 수송량을 높일 가능성이 있고 에스컬레이터에서 걷는 행동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줄 서기의 필요성이 곧 모든 에스컬레이터의 저속운행 필요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오히려 세계적인 방향은 하나의 속도를 모든 장소에 강제하는 것보다 장소와 이용객 특성에 따라 운행방식을 달리하는 것에 가깝다.

싱가포르는 대중교통시설 에스컬레이터를 일반 상업시설보다 빠른 0.75m/s로 설계한다. 홍콩 역시 철도·공항에서는 높은 수송능력을 위해 0.75m/s가 사용돼 왔다. 뉴욕은 승객혼잡이 커지면 일부 에스컬레이터의 속도를 높이는 방안까지 검토한다. 반면 고령자 사고가 집중되는 홍콩 일부 역에서는 선택적으로 속도를 낮춘다.

결국 세계의 답은 ‘빠르게’도 ‘느리게’도 아니다.

필요한 곳에서는 빠르게, 위험한 곳에서는 느리게 운영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같은 질문이 필요하다.

노인 이용률이 높은 시설과 출퇴근시간 수만 명이 몰리는 환승역을 동일한 기준으로 관리하는 것이 정말 최선인지, 사고건수뿐 아니라 승객 수송능력과 혼잡으로 인해 새롭게 발생할 위험까지 함께 평가해야 한다.

교통약자의 안전을 강화하려면 안전한 에스컬레이터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신뢰할 수 있고 찾기 쉽고 가까운 엘리베이터를 충분히 제공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에스컬레이터는 한 사람을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설비인 동시에 수많은 사람을 끊임없이 이동시키는 교통시설이기 때문이다.

안전과 효율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것이 아니라 두 가지를 어떻게 함께 확보할 것인가.

오는 29일 열리는 정부의 에스컬레이터 토론회에서 가장 먼저 논의돼야 할 질문도 바로 이것일지 모른다.


엘모아 한 줄 요약

두 줄 서기는 사고예방과 전체 수송능력 측면에서 검토할 가치가 있지만, 이를 ‘전국적인 저속운행’과 연결할 근거는 별도로 따져야 한다. 해외는 에스컬레이터를 일률적으로 느리게 하기보다 혼잡도와 이용자 특성에 따라 속도를 달리하고 있다.

업계 체크포인트

  • 정부의 두 줄 서기는 아직 최종 확정 정책이 아니며, 8월 29일 국민 토론회를 앞두고 있다.

  • 일본은 양쪽에 서는 정책을 시행하지만 런던은 현재도 한쪽을 비우는 방식을 유지한다.

  • 싱가포르 교통시설은 0.75m/s, 뉴욕은 혼잡 시 속도 상향까지 검토한다.

  • 교통약자의 수직 이동을 보장하는 핵심 접근수단은 해외에서도 엘리베이터가 별도로 다뤄진다.

엘모아 편집부

저작권자 © 엘모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키워드

#에스컬레이터 #두줄서기 #에스컬레이터한줄서기 #에스컬레이터안전 #에스컬레이터속도 #행정안전부 #한국승강기안전공단 #교통약자 #노약자 #지하철에스컬레이터 #대중교통 #승강기안전 #에스컬레이터사고 #해외승강기 #엘리베이터 #수송효율

댓글 (0)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 목록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