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승강기 고장의 대부분은 도어”라는 업계의 오랜 이야기…실제 고장·갇힘 데이터를 따라가 보니

뉴스 Profile elmoa • 2026-10-05 08:16 •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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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이해를 돕기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엘모아=편집부] 승강기 유지관리 현장에서는 오래전부터 “고장이 가장 많이 나는 곳은 도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인터넷을 조금만 찾아봐도 전체 고장의 절반 이상이 도어에서 발생한다거나 많게는 70~80%에 달한다는 설명까지 나온다. 실제로 글로벌 승강기 제조사 오티스도 과거 자사 자료에서 도어 문제가 서비스 출동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수백㎏에서 수t에 이르는 카를 매일 들어 올리는 권상기가 있고, 승강기를 정지시키는 브레이크가 있으며, 수많은 신호를 처리하는 제어반과 인버터도 있다. 수십 가지 주요 장치 가운데 왜 하필 사람이 타고 내릴 때 열렸다 닫히는 ‘문’이 가장 많이 고장 난다는 것일까.

그리고 정말 문이 고장 원인 1위라는 것을 보여주는 데이터가 있을까.

 

21만 대를 조사했더니 가장 많이 사람을 가둔 것은 ‘문’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 가운데 하나가 2025년 국제학술지 Applied Sciences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중국의 한 대도시에서 운영되는 승강기 비상대응센터의 2021~2023년 데이터를 분석했다. 해당 도시에서 운행되는 승강기는 2023년 말 기준 21만1,432대에 달했다.

분석 결과는 업계에서 오랫동안 해오던 이야기에 어느 정도 힘을 실어줬다.

승객 갇힘을 발생시킨 원인 가운데 도어 시스템 고장이 5,250건, 전체의 26.34%로 가장 많았다. 이용자 행동에 따른 고장이 22.84%, 정전과 폭우·고온 같은 외부요인이 12.13%로 뒤를 이었다.

도어 고장을 다시 뜯어보면 문제가 발생하는 지점도 다양했다. 카도어 또는 승강장 도어록 이상이 1,235건으로 가장 많았고 도어오퍼레이터 고장 870건, 도어 접점스위치 이상 544건, 도어 나이프와 롤러 간격 불량 421건, 행거롤러 손상도 303건이었다.

승객에게는 그저 스테인리스 문 두 장이지만 그 뒤에는 오퍼레이터와 벨트, 행거롤러, 도어슈, 인터록, 접점과 센서 등 수많은 부품이 연결돼 있다. 어느 하나라도 정상적인 닫힘 상태를 확인하지 못하면 안전회로는 승강기의 출발을 허용하지 않는다.

문제는 구조가 복잡하다는 것만이 아니다. 도어는 승강기에서 가장 혹독하게 사용되는 장치 가운데 하나다. 하루 수백 번씩 열리고 닫히는 데다 사람이 손으로 막고, 카트와 유모차가 부딪히고, 이삿짐과 자전거가 문턱을 넘는다. 먼지나 작은 돌, 생활쓰레기가 도어 홈에 들어가는 일도 생긴다.

실제 중국 비상대응센터 자료에서도 이용자 행동에 따른 고장이 4,553건으로 전체의 22.84%를 차지했다. 특히 생활쓰레기나 인테리어 폐기물 등이 문 닫힘을 방해한 사례가 2,345건으로 전체 갇힘 사례의 11.77%나 됐다. 기계 자체의 문제뿐 아니라 사용환경까지 도어 고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데이터를 열어보니 결과가 뒤집혔다

여기까지만 보면 결론은 간단해 보인다. “역시 승강기 고장 1위는 문이다.”

하지만 다른 자료를 열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25년 Machines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중국 항저우의 승강기 제조업체 Aolida Elevator가 2021년 7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수집한 부품 고장 데이터를 분석했다. 여기서는 트랙션 휠의 고장빈도가 18.6%로 가장 높았고 브레이크가 18.16%로 뒤를 이었다. 도어는 7.83%였다.

앞선 조사에서는 도어가 26.34%로 1위였는데 이번에는 7.83%에 불과했다.

어느 쪽이 맞는 것일까.

둘 다 맞을 수 있다. 첫 번째 자료가 조사한 것은 ‘승객을 엘리베이터 안에 가두게 만든 원인’이고 두 번째 자료가 조사한 것은 ‘부품에서 발생한 고장’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엘리베이터 고장 1위는 문’이라는 말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난다.

 

한국에서 말하는 ‘고장’도 하나가 아니다

국내에서도 승강기 고장을 하나의 개념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과 승강기안전종합정보망에서는 사고와 함께 법령상 중대한 고장을 별도로 관리한다. 출입문이 열린 상태에서 운행하는 것처럼 안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이상과 이용자가 갇히는 운행장애는 일반적인 부품 마모와 의미가 다르다.

반면 유지관리업체가 현장에서 만나는 고장은 훨씬 넓다. 도어가 한 번에 닫히지 않는 문제부터 롤러 소음, 접점불량, 인버터 이상, 브레이크 조정, 버튼불량까지 모두 현장에서는 ‘고장’으로 불릴 수 있다.

국내 공개통계만으로 전국 승강기의 도어오퍼레이터·인터록·제어반·인버터·브레이크 등의 일반 고장을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해 “한국에서도 도어가 몇 %로 1위”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출입문과 갇힘 문제가 안전관리의 주요 대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결국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엘리베이터 고장’이라는 말 안에는 서로 다른 현상이 섞여 있는 셈이다.

 

왜 이용자는 유독 ‘문 고장’을 많이 경험할까

여기서 중요한 차이가 하나 더 있다.

트랙션 휠이나 브레이크에 약간의 마모가 발생했다고 승강기가 그 순간 바로 멈추는 것은 아니다. 정기점검이나 자체점검 과정에서 발견해 부품을 교체하거나 조정할 수도 있다.

도어는 다르다.

문이 완전히 닫혔다는 신호가 들어오지 않으면 승강기는 원칙적으로 출발할 수 없다. 인터록이나 접점, 센서 가운데 하나라도 정상상태를 확인하지 못하면 안전회로가 운행을 차단한다.

승객 입장에서는 바로 ‘고장’이다.

버튼을 눌렀는데 문이 닫혔다 다시 열리거나, 문은 닫혔는데 엘리베이터가 움직이지 않거나, 운행 도중 정지해 갇히면 그 순간 고장을 경험하게 된다.

따라서 도어는 반드시 다른 부품보다 물리적으로 가장 많이 파손되는 부품이라서가 아니라 작은 이상도 즉시 운행중단으로 이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용자가 체감하는 고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승객 갇힘 통계에서 도어가 1위로 나타난 이유를 설명해준다.

 

그렇다면 가장 위험한 부품도 문일까

그것은 또 다른 문제다.

도어센서에 이상이 발생해 승강기가 출발하지 않는다면 승객에게는 불편한 고장이지만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한 결과일 수도 있다. 반대로 브레이크나 현수장치, 안전장치에서 발생하는 중대한 결함은 발생횟수가 적더라도 사고가 현실화됐을 때 결과는 훨씬 심각할 수 있다.

도어 안에서도 차이가 있다. 행거롤러가 마모돼 소음이 발생하는 것과 승강장문 인터록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것을 모두 ‘도어 고장’이라고 부를 수 있지만 위험성은 전혀 다르다.

따라서 고장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품과 가장 위험한 부품을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이 구분 없이 단순히 “도어 고장이 1위”라는 숫자만 강조하면 오히려 승강기 안전을 잘못 이해하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엘리베이터 고장 1위는 정말 문일까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엘리베이터 고장 1위는 정말 문일까?”

현재 확인할 수 있는 국내외 자료를 종합하면 모든 종류의 부품 고장을 기준으로 ‘문이 무조건 1위’라고 말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실제 제조업체의 부품 고장 데이터에서는 트랙션 휠과 브레이크가 도어보다 높은 고장빈도를 기록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기준을 승객이 실제로 경험하는 운행중단과 갇힘으로 바꾸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21만 대가 넘는 승강기를 대상으로 한 해외 실제 비상대응 데이터에서 도어 시스템은 26.34%를 차지하며 가장 많은 갇힘을 발생시킨 원인이었다.

여기에 도어의 특성을 생각하면 이유도 명확해진다. 승강기 운행 때마다 반복적으로 작동하고, 사람과 외부환경에 직접 노출되며, 작은 이상이라도 안전회로가 감지하면 승강기를 즉시 세운다.

그래서 업계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승강기 고장은 문에서 가장 많이 난다”는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설명이 부족하다.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이렇다.

승강기의 모든 부품 고장을 놓고 보면 도어가 언제나 1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승객을 가두거나 승강기를 멈춰 세우는 ‘체감 고장’을 기준으로 보면 도어는 실제로 가장 유력한 고장 원인 1위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은 승강기 문이 약해서가 아니다.

문이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승강기를 움직이지 않도록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또 문 때문에 고장 났다”고 불평하는 그 순간, 어떤 경우에는 승강기의 안전장치가 가장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엘모아 한 줄 요약

모든 부품 고장을 기준으로 도어가 항상 1위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실제 승객 갇힘과 운행중단을 기준으로 보면 도어는 가장 유력한 고장 원인 1위다. 해외 21만여 대의 승강기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도어 시스템이 갇힘 원인의 26.34%로 가장 높았다.

업계 체크포인트

  • 승객 갇힘: 해외 대도시 실증자료에서 도어 시스템 26.34%로 1위
  • 전체 부품 고장: 다른 연구에서는 트랙션 휠 18.6%, 브레이크 18.16%, 도어 7.83%
  • 차이가 나는 이유: ‘부품 고장’과 ‘승객이 경험하는 운행중단·갇힘’은 집계 기준이 다름
  • 핵심: 도어는 작은 이상도 안전회로에 의해 즉각 운행중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음

엘모아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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