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에 서고 오른쪽은 비워라” 24년 만에 바뀔까…싱가포르 SMRT, 에스컬레이터 ‘양쪽 서기’ 시범 운영

뉴스 Profile elmoa • 2026-11-07 18:44 •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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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컬레이터 양쪽에 서서 손잡이를 잡고 이용하는 승객들

기사의 이해를 돕기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엘모아=편집부] 싱가포르 지하철에서 24년 넘게 이어진 '왼쪽에 서고 오른쪽은 비워 두기' 관행이 시험대에 올랐다. 싱가포르 지하철 운영사 SMRT가 도심 핵심 역 두 곳에서 에스컬레이터 양쪽에 모두 서 달라고 안내하는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이번 시범 운영의 목적은 두 가지다. 미끄러짐·걸려 넘어짐 같은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는지, 그리고 양쪽에 서는 방식이 에스컬레이터 수송 능력을 더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지난 9월 '줄 서기 방식은 자율'로 정리한 직후라 국내 업계에도 참고할 만한 사례다.

 

시티홀·래플스플레이스역에서 한 달간 진행

시범 운영은 지난 10월 29일 시티홀(City Hall)역과 래플스플레이스(Raffles Place)역에서 시작됐고 한 달 동안 이어진다. 두 역은 싱가포르 도심 업무지구의 대표적인 환승·혼잡 역이다.

역 안에는 "한 계단을 나누면 흐름이 편해진다(Share A Step, Ease The Flow)"는 문구와 두 사람이 한 계단에 나란히 선 그림이 담긴 안내판이 설치됐다. 그 위에는 "에스컬레이터 양쪽 어느 쪽에나 서세요"라는 노란색 표지가 붙었다.

안내 방송도 함께 나온다. 방송은 이용객에게 에스컬레이터 양쪽에 서고 손잡이를 잡아 달라고 요청한다.

 

SMRT "넘어짐 사고 여전히 우려"

람 샤우 카이(Lam Sheau Kai) SMRT 트레인즈(SMRT Trains) 사장은 현지 언론 질의에 이번 시범 운영이 에스컬레이터 이용객 안전을 높이고, 양쪽 서기가 설비 용량을 더 효과적으로 쓰는 방법인지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끄러짐과 넘어짐 사고가 여전히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이용객이 움직이지 않고 서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는 취지로 밝혔다. SMRT는 한 달 동안 두 역의 이용 패턴과 이용객 행동을 관찰할 계획이다.

다만 시범 운영 결과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발표할지와 전 노선 확대 여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첫 주 현장은 '여전히 왼쪽'

현지 일간지 스트레이츠타임스(The Straits Times)가 11월 6일 시티홀역을 관찰한 결과, 대부분의 이용객은 여전히 왼쪽에 서 있었다. 오른쪽을 쓰는 사람은 주로 걸어서 앞질러 가거나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였고, 저녁 퇴근 시간대에도 한쪽 서기가 많았다.

시민 반응도 엇갈린다. 바쁜 사람의 길을 막지 않으려고 오른쪽에는 서지 않겠다는 이용객이 있었고, 안내판과 방송을 대부분 무시한다며 동선을 나누는 차단 시설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온라인에서는 아침 출근길 대기 줄과 비어 있는 오른쪽 공간을 생각하면 반가운 변화라는 반응과, 한쪽 서기가 각자 원하는 속도를 고를 수 있게 해 준다는 반대 의견이 함께 나왔다.

 

2002년에 시작된 '킵 레프트' 관행

싱가포르의 왼쪽 서기는 자연스럽게 생긴 습관이 아니라 운영사가 직접 만든 규칙이다. SMRT 2003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SMRT는 2002년 1월 래플스플레이스역에서 '킵 레프트(Keep Left)' 캠페인을 처음 시험했고, 같은 해 5월까지 당시 운영하던 51개 역 전체로 넓혔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관행을 바꾸는 시험도 같은 래플스플레이스역에서 진행된다. 20여 년 동안 굳어진 습관을 안내판과 방송만으로 바꿀 수 있을지가 이번 시범 운영의 관건이다.

 

런던은 '수송 능력', 한국은 '3대 안전수칙'

해외에서는 영국 런던교통공사(Transport for London, TfL)의 실험이 대표적인 선례로 꼽힌다. TfL은 2016년 홀본(Holborn)역에서 3주 동안 양쪽 서기 시범 운영을 했고, 혼잡한 시간대 수송 능력이 최대 약 30% 늘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이 수치는 이후 여러 나라의 캠페인에서 근거로 인용됐다.

한국은 다른 길을 택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9월 제1차 승강기 안전관리 기본계획에 담겼던 두 줄 서기 문화 정착 방침을 수정하고, 줄 서기 방식은 정하지 않는 대신 손잡이 잡기, 걷거나 뛰지 않기, 안전선 안에 서기라는 3대 안전수칙을 중심으로 정책을 바꿨다. 2007년 두 줄 서기 캠페인을 시작했다가 2015년 중단한 경험도 영향을 줬다.

싱가포르의 이번 시험은 캠페인을 먼저 펼치기보다 일부 역에서 실제 이용 행동을 관찰한 뒤 결정하겠다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국내 업계에 주는 시사점

싱가포르 사례에서 눈여겨볼 점은 '몇 줄로 서느냐'를 구호가 아니라 측정할 문제로 다룬다는 것이다. 수송 능력, 이용 행동, 넘어짐 사고를 실제 역에서 관찰한 결과가 나오면 국내 논의에도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설비 측면에서는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걷는 이용객이 줄면 발판과 구동부에 전달되는 충격이 줄어든다는 점도 중요하다. 걷는 쪽 스텝과 체인, 가이드레일 등에 마모가 몰리는 '편마모'는 유지관리 현장에서 오래 지적돼 온 문제다.

국내 철도 운영기관과 대형 건물 관리주체도 이용객이 많은 에스컬레이터의 사고 이력과 부품 마모 데이터를 꾸준히 쌓아 두면, 정책이 바뀔 때마다 근거를 갖고 대응할 수 있다.


엘모아 한 줄 요약

싱가포르 SMRT가 2002년부터 이어 온 에스컬레이터 '왼쪽 서기'를 바꿀지 확인하려고 도심 두 역에서 한 달간 양쪽 서기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첫 주 현장에서는 여전히 왼쪽에 서는 이용객이 많아, 오래된 습관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 줬다.

업계 체크포인트

  • 철도 운영기관: 혼잡 역 에스컬레이터의 시간대별 이용량과 넘어짐 사고 이력을 데이터로 관리해 정책 판단의 근거로 삼아야 한다.

  • 건물주·관리소장: 줄 서기 방식과 상관없이 손잡이 잡기, 걷거나 뛰지 않기, 안전선 지키기 안내를 눈에 잘 띄게 유지해야 한다.

  • 유지관리업체: 보행 이용이 많은 쪽의 스텝·체인·가이드레일 마모 상태를 좌우로 나눠 기록하면 교체 주기 예측에 도움이 된다.

  • 제조사: 이용 패턴 변화에 따른 하중·마모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상태 감시 기능의 수요가 커질 수 있다.

  • 안전장치/점검: 이용객 행동 변화와 관계없이 스텝 이탈, 손잡이 속도 차이, 비상정지 버튼 작동 상태 점검은 기본으로 지켜야 한다.

엘모아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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