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속도의 5배?”…미국서 시속 8km 무빙워크 등장, 20년 전 실패 넘을까

뉴스 Profile elmoa • 2026-10-28 07:39 • 수정됨
37 0 0

기사의 이해를 돕기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미국 벨트웨이즈, 가속·감속 가능한 신형 무빙워크 'M5' 공개…36.6m 구간 53시간 만에 설치

기존 바닥 철거 없이 설치 가능…2002년 프랑스 고속 무빙워크 실패 극복할지 주목

[엘모아=편집부] 공항에서 무빙워크를 타다 보면 답답할 때가 있다. 걷는 것보다 조금 빠르기는 하지만 긴 통로를 이동하기에는 여전히 시간이 걸린다. 그렇다고 속도를 무작정 높일 수도 없다. 탑승하거나 내리는 순간 균형을 잃을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새로운 이동장치가 등장했다. 처음 올라탈 때는 일반 무빙워크처럼 천천히 움직이지만, 중간 구간에서는 속도를 높이고 목적지에 가까워지면 다시 천천히 움직이는 방식이다.

미국의 교통기술 스타트업 벨트웨이즈(Beltways)는 지난 10월 5일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퍼스트 파이낸셜 센터에서 가변속 무빙워크 'M5 액셀러레이터(M5 Accelerator)'를 공개했다.

회사가 제시한 최고 설계속도는 시속 약 8km(초속 2.24m)다. 일반적인 무빙워크보다 최대 5배 빠른 수준으로, 단순한 보행 보조시설을 넘어 단거리 대중교통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타면 느리고, 중간에는 빠르고, 내릴 때 다시 느려진다

기존 무빙워크는 일반적으로 하나의 구동계통을 통해 일정한 속도로 움직인다. 국내에서 사용하는 무빙워크도 정격속도 초속 0.5m 수준의 제품이 일반적이다.

벨트웨이즈가 개발한 M5는 구조부터 다르다.

하나의 긴 벨트가 움직이는 대신 독립적으로 구동되는 여러 개의 짧은 벨트 모듈을 연결한다. 입구 쪽 벨트는 느리게 움직이고 다음 벨트는 조금 더 빠르게, 그다음 벨트는 다시 속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이용객은 연속된 모듈을 지나면서 점차 빨라지며, 출구에서는 반대 순서로 감속한다.

예를 들어 사람이 일반적인 걸음으로 이동하다가 무빙워크에 올라서면 처음부터 시속 8km의 빠른 속도를 감당할 필요가 없다. 탑승 이후 속도가 단계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벨트 사이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통과할 수 있느냐다.

벨트웨이즈는 각각의 모듈에 독립적인 구동장치와 제어시스템을 적용하고, 모듈 간 속도 차이를 감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손잡이 역시 해당 구간의 벨트와 동기화해 움직이도록 설계했다.

출구에는 벨트에서 고정 바닥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자체 개발한 전환장치인 '다이내믹 콤(Dynamic Comb)' 기술을 적용했다.

단순히 모터의 회전속도를 높인 것이 아니라 사람이 가속과 감속을 겪는 과정까지 고려한 새로운 형태의 수송시스템인 셈이다.

 

36.6m 무빙워크를 단 53시간 만에 설치했다

이번 M5에서 속도 못지않게 주목받는 부분은 설치 방식이다.

신시내티에 공개된 M5의 전체 길이는 약 36.6m(120피트)다. 벨트웨이즈는 기존 건물 바닥을 대규모로 철거하거나 별도의 피트를 설치하지 않고, 이미 완성된 바닥 위에 모듈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단 53시간 만에 설치했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무빙워크는 트러스와 구동장치 등을 수용할 공간이 필요하고 건축 구조에 따라 상당한 설치공사가 수반된다. 특히 기존 건물에 새로 설치하려면 바닥 구조 변경과 시설 운영 중단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반면 M5는 모듈형 구조이기 때문에 설치 장소에 맞춰 길이를 늘리거나 줄일 수 있고, 필요하면 재배치할 수도 있도록 설계됐다.

회사 측은 이러한 방식이 공사 기간과 시설 운영 중단을 줄이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다만 이번 53시간은 특정 현장에서 이뤄진 설치 사례이며, 모든 건물에서 동일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M5의 최대 설계속도는 시속 약 8km지만, 현지 언론이 소개한 공개 시연 속도는 시속 약 4km(2.5mph) 수준이었다. 따라서 현재 공개된 시연 성과와 최고 설계속도로 장기간 운행했을 때의 성능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벨트웨이즈는 최대 시간당 7,500명을 수송할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지만, 이 역시 실제 혼잡한 공항에서 장기간 검증된 수송실적과는 차이가 있다.

 

사실 고속 무빙워크는 처음이 아니다…프랑스의 뼈아픈 실패

흥미로운 사실은 가속과 감속이 가능한 고속 무빙워크가 이번에 처음 등장한 기술은 아니라는 것이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이미 2002년 몽파르나스 지하철역에 고속 무빙워크가 설치됐다. 당시 프랑스 기업 CNIM이 개발한 이 장치는 약 180m에 달하는 긴 환승통로를 빠르게 연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최고 목표속도는 초속 3m, 시속 약 11km에 이르렀다. 일반 무빙워크보다 훨씬 빠른 속도였다.

처음에는 혁신적인 교통시설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실제 운영이 시작되자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나타났다.

이용객들이 가속과 감속 구간에서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사고가 잇따랐던 것이다. 특히 빠른 속도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객이나 짐을 들고 이동하는 승객에게 불편과 위험이 발생했다.

운영기관은 안내 인력을 배치하고 속도를 낮추는 등 여러 조치를 취했지만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다. 기계적인 고장과 신뢰성 문제까지 겹치면서 결국 2009년 운행이 중단됐고, 기존 장치는 일반적인 저속 무빙워크로 교체됐다.

고속 무빙워크의 기술적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실제 이용환경에서의 안전성과 유지관리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사례였다.

이후에도 기술 개발은 이어졌다. 2014년 티센크루프는 선형전동기 기술을 활용해 시속 7.2km까지 가속할 수 있는 'ACCEL' 시스템을 발표했다.

따라서 벨트웨이즈의 M5를 세계 최초의 가변속 무빙워크라고 부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이번 기술의 차별점은 독립된 벨트 모듈을 연결하는 구조와 기존 바닥 위에 설치할 수 있는 시공 방식에 있다.

 

진짜 문제는 최고속도가 아니라 안전한 승하차

무빙워크의 속도를 높이는 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사람이 안전하게 탑승하고 내릴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은 훨씬 복잡한 문제다.

특히 가변속 무빙워크에서는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구간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균형 변화와 손잡이 속도, 이용자의 자세가 중요하다.

노약자나 어린이, 휠체어 이용자처럼 이동 특성이 다른 승객들이 같은 설비를 이용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검증 대상이다.

벨트웨이즈는 이번 공개 시연에서 휠체어와 유모차, 보행보조기 등을 사용하는 이용객도 탑승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시연 경험이 모든 이용환경에서 안전성이 검증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 공항처럼 승객이 몰리거나 대형 여행가방을 끌고 이동하는 상황, 비상정지 후 재운행하는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해야 한다.

기술적으로는 독립 모듈 사이의 속도 동기화, 센서 이상 감지, 비상정지 제어, 벨트 전환부의 안전성 등이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다.

특히 가변속 설비는 일정한 속도로 운행하는 기존 무빙워크와 달리 구간마다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전체 시스템을 어떤 순서와 감속도로 정지시킬 것인지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최고속도만 높인다면 과거 프랑스에서 발생했던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항에서 도심까지…무빙워크가 새로운 교통수단이 될까

벨트웨이즈는 M5의 주요 시장으로 공항과 컨벤션센터, 철도역, 대학교 캠퍼스 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공항에 대한 기대가 크다. 대형 공항에서는 탑승구 간 거리가 수백m에 달하기도 하고, 터미널을 연결하기 위해 별도의 무인운송시스템(APM)을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

회사는 이러한 구간 가운데 일부를 고속 무빙워크로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0월 발표 당시 벨트웨이즈는 미국 주요 공항들과 설치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대규모 공급계약이나 공항에서의 정식 상업운행이 모두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국내 적용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이나 대형 철도역처럼 보행거리가 긴 시설에서는 빠른 보행 운송수단에 대한 수요가 존재한다. 다만 M5와 같은 가변속 무빙워크가 국내에 도입되려면 현행 승강기 안전기준과의 적합성, 새로운 속도제어 방식에 대한 안전성 검증, 설치 및 유지관리 비용 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존 설비보다 얼마나 빨리 이동할 수 있느냐뿐 아니라 이용객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과거 프랑스의 실패가 보여준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벨트웨이즈는 6년간 여섯 세대의 기술 개발을 거쳐 실제 사람이 탑승하는 M5를 공개하는 단계에 도달했다. 53시간 만에 설치할 수 있는 모듈형 구조와 단계적 가속·감속 방식은 분명 흥미로운 기술적 시도다.

그러나 고속 무빙워크가 새로운 대중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장기 운행실적과 안전성, 유지관리 성능에 달려 있다.

20여 년 전 파리에서 실패했던 고속 무빙워크의 꿈이 미국 신시내티에서 다시 시작됐다. 이번에는 빠르게 움직이는 기술만큼이나 안전하게 멈추는 기술이 그 성공을 결정할 것이다.


엘모아 한 줄 요약

미국 벨트웨이즈가 최고 설계속도 시속 약 8km의 가변속 무빙워크를 공개했다. 기존 바닥 위에 빠르게 설치할 수 있는 모듈형 구조가 특징이지만, 상용화를 확대하려면 가속·감속 구간의 안전성과 장기 운영 신뢰성을 입증해야 한다.

업계 체크포인트

  • 속도 혁신: 최대 설계속도 시속 8km, 탑승·하차 구간에서는 저속 운행.

  • 설치 방식: 기존 바닥을 활용하는 모듈형 구조로 시공 기간 단축 가능.

  • 기술적 과제: 모듈 간 속도 동기화, 승객 균형, 비상정지, 유지관리 신뢰성.

  • 국내 적용: 공항·철도역 활용 가능성은 있으나 안전기준과 현장 성능 검증 필요.

엘모아 편집부

저작권자 © 엘모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키워드

#고속무빙워크 #무빙워크 #Beltways #M5Accelerator #가변속무빙워크 #에스컬레이터 #공항교통 #승강기신기술 #스마트교통 #엘모아

댓글 (0)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 목록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