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설치도 로봇 시대…쉰들러, 설치로봇 R.I.S.E 확대
elmoa
•
2026-10-02 14:59
•
수정됨
[엘모아=편집부] 콘크리트 천공·앙카볼트 설치까지 자동화…“최대 40% 시간 단축”
승강기 설치현장에도 로봇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쉰들러(Schindler)가 승강기 설치용 로봇 **‘R.I.S.E(Robotic Installation System for Elevators)’**의 운용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로봇 2대를 추가하면서 전 세계에서 운용되는 R.I.S.E는 총 7대로 늘어났다.
단순한 연구용 로봇도 아니다. 유럽을 시작으로 중국 상하이, 싱가포르, 홍콩, 중동 등 실제 고층건물 승강기 설치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더 흥미로운 것은 로봇이 하는 일이다.
승강기를 통째로 조립하는 로봇을 생각하기 쉽지만 현재 R.I.S.E가 담당하는 핵심은 승강로 벽면 측정과 천공, 앙카볼트 설치다.
승강기 가이드레일과 승강장 도어 등을 설치하려면 콘크리트 승강로 벽에 정확한 위치를 잡아 수많은 구멍을 뚫고 앙카볼트를 설치해야 한다.
고층건물일수록 이 작업량은 급격하게 증가한다.
그동안 작업자가 승강로 내부에서 위치를 확인하고 직접 드릴로 콘크리트를 뚫었다면 R.I.S.E는 이 반복 작업을 자동으로 수행한다.
스스로 승강로를 올라가는 로봇
R.I.S.E의 특징은 단순한 산업용 로봇팔을 승강로에 가져다 놓은 수준이 아니라는 데 있다.
자체적으로 승강로를 이동할 수 있는 자율주행형·자가상승(Self-climbing) 시스템으로 설계됐다.
한 층의 작업이 끝나면 다음 층으로 이동해 다시 벽면을 확인하고 필요한 위치에 구멍을 뚫은 뒤 앙카볼트를 설치하는 방식이다.
벽면 상태를 감지하고 장애물을 피할 수 있으며, 철근 위치까지 고려해 천공 위치를 결정한다.
작업자는 카메라를 통해 진행상황을 원격으로 확인할 수 있다. 로봇이 승강로에 설치된 이후 작업 자체는 자율적으로 이뤄지며, 현장에는 품질관리와 지원을 담당하는 R.I.S.E 운영자가 배치된다.
쉰들러에 따르면 로봇은 작업 여건에 따라 24시간 운용할 수도 있다.
BIM 도면을 로봇이 직접 읽는다
더 주목할 부분은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과의 연결이다.
R.I.S.E는 건물의 디지털 모델에서 설치 데이터를 직접 전달받을 수 있다.
기존에는 도면상의 위치를 작업자가 현장에서 다시 확인하고 측정해야 했다면 로봇은 디지털 설계정보를 이용해 실제 승강로에서 천공 위치를 결정한다.
작업 과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 역시 기록돼 디지털 건축모델과 연계할 수 있다.
결국 설계 → 측정 → 천공 → 앙카 설치 → 작업기록으로 이어지는 승강기 설치공정 일부가 디지털화되는 셈이다.
“최대 40% 시간 줄였다”
로봇을 사용하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결국 생산성이다.
해외 승강기 전문매체 Elevatori Magazine은 R.I.S.E가 현장에서 최대 40% 수준의 시간 절감 효과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고층건물에서는 효과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10층 건물과 70층 건물은 필요한 천공과 앙카볼트 수부터 크게 다르다. 동일한 작업을 수십 개 층에서 반복해야 하는 초고층 현장에서는 자동화의 경제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R.I.S.E는 오스트리아 빈, 폴란드 바르샤바를 시작으로 상하이와 싱가포르, 홍콩, 두바이 등의 고층 프로젝트에 투입됐다.
싱가포르 Avenue South Residence에서는 10대의 승강로 작업에 로봇이 사용됐으며, 홍콩에서는 70층 규모 건물이 포함된 프로젝트에도 투입됐다.
설치기사가 없어지는 것일까?
여기서 국내 승강기 업계가 관심을 가질 만한 질문이 생긴다.
“결국 승강기 설치기사도 로봇으로 대체되는 것 아닌가?”
현재 기술 수준만 놓고 보면 그렇게 단순하게 보기는 어렵다.
R.I.S.E가 승강기 전체를 설치하는 것은 아니다.
로봇이 주로 담당하는 것은 콘크리트 천공과 앙카볼트 설치처럼 반복적이고 육체적 부담이 큰 작업이다.
가이드레일 자체의 설치와 정렬, 기계·전기 설치, 조정, 시운전 등 숙련 기술자의 판단과 작업이 필요한 공정은 여전히 사람이 담당한다.
쉰들러 역시 R.I.S.E의 목적을 숙련기술자를 없애는 것보다는 작업자를 반복적이고 힘든 천공작업에서 벗어나게 하고, 정밀한 정렬과 설치품질 같은 작업에 집중하도록 하는 데 두고 있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는 **‘사람을 대신하는 로봇’보다 ‘사람이 하던 일부 공정을 대신하는 로봇’**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한국 승강기 설치현장에도 들어올 수 있을까
국내 승강기 업계에서도 이 기술은 꽤 흥미로운 문제를 던진다.
승강기 설치공사는 아직 현장 작업자의 숙련도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특히 승강로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천공과 앙카 작업은 소음과 분진이 많고 육체적 부담도 큰 작업이다.
반대로 국내에는 아파트와 중·저층 건물이 많다.
고층·대규모 프로젝트처럼 동일한 작업을 수십 개 층에서 반복하는 현장이 아니라면 고가의 설치로봇을 반입하고 세팅하는 시간이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결국 R.I.S.E 같은 기술이 국내에 들어온다고 해도 처음부터 모든 승강기 현장을 바꾸기보다는 초고층 건물이나 대규모 공동주택처럼 반복작업이 많은 현장부터 경제성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승강기 산업의 자동화가 지금까지 제어반과 운행제어, 원격점검과 고장예측 등 ‘운행 이후’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승강기를 설치하는 과정 자체까지 자동화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승강기 설치현장에서 드릴을 들고 승강로 벽에 구멍을 뚫던 작업을 로봇이 대신하는 모습은 이미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 곳곳의 실제 건설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엘모아 한 줄 요약
승강기 설치 자동화가 현실이 되고 있다. 로봇이 작업자를 완전히 대신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가장 힘들고 반복적인 승강로 천공과 앙카 작업부터 사람의 손을 떠나기 시작했다.
업계 체크포인트
- R.I.S.E: 승강로를 스스로 이동하며 천공·앙카볼트 설치 자동화
- 생산성: 해외 현장에서 최대 40% 수준의 작업시간 절감 보고
- BIM 연동: 디지털 건축정보를 실제 설치공정까지 연결
- 국내 적용: 초고층·대규모 반복 시공 현장에서 먼저 경제성이 나올 가능성
엘모아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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