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없이 계단을 오른다…토요타가 만든 ‘걷는 의자’

뉴스 Profile elmoa 2026-09-19 08:53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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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모아=편집부] 계단은 휠체어에게 여전히 큰 장벽이다. 몇 개의 낮은 단차라면 경사로를 놓을 수 있지만 층과 층 사이를 연결하려면 결국 엘리베이터나 휠체어리프트 같은 별도의 설비가 필요하다.

토요타가 이 익숙한 해법과 전혀 다른 이동수단을 내놨다. 계단을 없애는 대신, 사람이 탄 의자가 직접 계단을 오르게 만든 것이다.

토요타의 개인형 모빌리티 ‘Walk Me(워크 미)’는 바퀴가 없다. 의자 아래에 달린 네 개의 다리로 몸의 균형을 잡으며 이동한다. 평지는 물론 단차와 계단, 고르지 않은 바닥에서도 움직일 수 있도록 개발된 시제품이다. 토요타는 이 장비를 지난해 ‘재팬 모빌리티쇼 2025’에서 처음 공개했고 최근에는 9월 11일부터 시작한 새 브랜드 광고에도 다시 등장시켰다.

 

앉은 채로 계단을 오른다

Walk Me의 개발 콘셉트는 ‘휠체어의 한 단계 너머’다.

일반적인 휠체어가 바퀴를 굴려 이동한다면 Walk Me는 네 다리를 번갈아 움직인다. 덕분에 바퀴로 넘기 어려운 계단이나 단차에서도 사람이 의자에서 내리지 않고 이동할 수 있다.

토요타가 공개한 시연에서는 탑승자가 그대로 앉은 상태에서 계단을 오르는 장면이 나온다. 휠체어가 회전하기 어려운 좁은 실내에서도 방향을 바꿀 수 있고, 좌석 높이를 조절해 다른 의자로 옮겨 앉거나 차량에 탑승하는 상황까지 염두에 뒀다.

움직임을 만드는 방식도 흥미롭다. 토요타에 따르면 기존 보행로봇처럼 매 순간 발을 어디에 놓을지를 계산하는 방식과 달리, 약 1만 회의 동작 시뮬레이션을 통해 적절한 움직임을 학습하도록 개발했다. 향후에는 음성명령이나 다른 이동장치와의 연동도 구상하고 있다.

아직은 어디까지나 프로토타입이다. 출시 시기와 가격, 양산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 실제 생활공간에 투입하려면 계단의 형태와 폭, 미끄러운 노면, 배터리와 고장 대응, 탑승자 안전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토요타가 1년 만에 다시 꺼내든 이유

그런데 지난해 모빌리티쇼에서 선보였던 제품을 토요타가 최근 다시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토요타는 9월 11일부터 시작한 브랜드 광고에 Walk Me를 비롯한 ‘me’ 시리즈를 등장시켰다. 자동차 광고라기보다는 사람이 어디까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내용에 가깝다.

토요타 측은 Walk Me를 특정 장애인을 위한 보조기기에 한정하지 않고 나이와 신체 조건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는 개인형 이동수단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방향을 밝히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 중 하나인 토요타가 자동차가 아닌 ‘계단을 오르는 의자’를 브랜드 광고에 등장시킨 것은 이동수단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동차로 도로를 이동하는 것만이 모빌리티가 아니라 집 안의 단차를 넘고, 계단을 오르고, 차에 타는 과정까지 하나의 이동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계단을 없애는 방식’만이 답일까

Walk Me를 승강기의 대체재로 보는 것은 무리다.

엘리베이터는 휠체어 이용자뿐 아니라 노인과 어린이, 유모차, 환자, 화물까지 한꺼번에 운송한다. 특히 공동주택이나 병원, 지하철처럼 많은 사람이 여러 층을 오가는 공간에서는 개인형 이동장치가 대신하기 어렵다.

하지만 오래된 소규모 건물이라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기존 건물에 엘리베이터를 새로 설치하려면 승강로 공간이 필요하다. 건물 구조에 따라서는 벽과 바닥을 뜯거나 구조를 보강해야 하고, 승강기를 설치할 공간 자체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경사로나 휠체어리프트를 설치하거나 이용자가 도움을 받아 이동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됐다.

Walk Me 같은 장비가 실제 상용화되고 충분한 안전성을 확보한다면 이 틈에서 새로운 선택지가 등장할 수 있다.

건물을 뜯어고쳐 이동경로를 만드는 대신 개인 이동장치가 기존 건물의 단차를 그대로 통과하는 방식이다.

 

승강기를 없애는 기술이 아니라 ‘빈 공간’을 채우는 기술

여기서 승강기 업계가 주목할 부분도 있다.

수직 이동 기술은 지금까지 대부분 건축물 안에 설치됐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휠체어리프트 모두 건물에 설치된 설비가 사람을 이동시키는 구조다.

Walk Me는 반대다. 이동설비가 건물에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 움직인다.

둘 중 하나가 다른 하나를 밀어내는 관계라기보다 지금까지 승강기가 해결하기 어려웠던 영역을 개인형 모빌리티가 채울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 설치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2~3층짜리 오래된 건물이나 단차가 반복되는 공간에서는 이런 장비가 이동권을 확보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기술이 실제 제품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네 다리로 계단을 오르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는 것과 수년 동안 매일 안전하게 사람을 운송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래도 Walk Me가 보여준 방향은 분명하다.

그동안 배리어프리는 ‘계단을 없애는 것’에 가까웠다. 앞으로는 계단이 있어도 이동할 수 있는 기술이 함께 발전할 수 있다.

승강기가 갈 수 없는 곳까지 이동기기가 사람을 데려가기 시작한 것이다.


엘모아 한 줄 요약

토요타가 개발 중인 ‘Walk Me’는 네 개의 다리로 계단과 단차를 이동하는 개인형 모빌리티다. 아직 시제품이지만 승강기나 리프트 설치가 어려운 공간에서 새로운 이동수단이 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업계 체크포인트

  • 바퀴 대신 네 개의 다리로 이동하며 탑승자가 앉은 상태에서 계단을 오를 수 있다.
  • 약 1만 회의 동작 시뮬레이션을 기반으로 움직임을 학습하도록 개발됐다.
  • 현재는 프로토타입으로 출시 시기와 가격, 양산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
  • 승강기를 대체하기보다 기존 수직교통 설비가 해결하기 어려운 공간의 이동수단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엘모아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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