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승강기] 4층 건물에도 승강기가 필요할까…독일은 왜 ‘편의시설’로 보지 않을까

뉴스 Profile elmoa 2026-09-01 08:00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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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이해를 돕기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엘모아=편집부] 우리나라에서 4층짜리 건물을 보고 “왜 엘리베이터가 없지?”라고 묻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계단을 몇 층 올라가야 하는 불편은 있지만, 그 정도 높이라면 승강기가 없어도 이상하지 않은 건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소규모 건물에 승강기가 설치돼 있으면 건물주의 선택이나 부가적인 편의시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주의 기준으로 보면 생각이 조금 달라진다.

NRW 건축법은 단독주택과 2가구 주택 등을 제외하고 지상층이 3개를 초과하는 건물, 즉 사실상 4층 이상 건물에는 충분한 수의 승강기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승강기의 존재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소한 한 대의 승강기는 공공도로에서부터 건물 내부의 모든 주거공간까지 장애물 없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승강기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숨어 있다.

우리는 흔히 승강기를 ‘계단을 이용하기 힘들 때 사용하는 편리한 설비’라고 생각한다. 반면 이 규정만 놓고 보면 독일 NRW는 일정 높이 이상의 건물에서 승강기를 사람이 자신의 집과 사회에 접근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이동 인프라에 더 가깝게 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 차이는 건물이 조금 더 높아지면 더욱 분명해진다.

NRW에서는 지상층이 5개를 초과하는 건물, 즉 6층 이상 건물이라면 최소 한 대의 승강기에 휠체어뿐 아니라 환자용 들것과 화물까지 실을 수 있어야 한다. 들것을 수용하는 승강기는 유효 카 내부 크기도 최소 1.10m×2.10m를 확보해야 하고, 출입문 역시 최소 0.90m의 유효 폭을 요구한다.

왜 주거용 건물의 승강기에 들것까지 들어가야 할까?

생각해보면 답은 어렵지 않다.

사람은 언제나 건강한 상태로만 집에 살지 않는다.

오늘은 아무 문제 없이 계단을 오를 수 있는 사람도 내일 다리를 다칠 수 있다. 젊은 입주자도 나이가 들고, 임신을 할 수도 있고, 휠체어를 이용할 수도 있다. 갑자기 응급환자가 발생해 구급대가 들것을 들고 집 안까지 들어가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그때 승강기의 역할은 ‘편하게 위층으로 올라가는 장치’에서 완전히 달라진다.

사람을 집 밖으로 데리고 나올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는 생활 인프라가 된다.

한국의 기준을 보면 차이가 보인다.

현행 건축법은 원칙적으로 6층 이상이면서 연면적 2,000㎡ 이상인 건축물을 건축할 경우 승강기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별도로 주택건설기준을 적용받는 공동주택은 6층 이상이면 승용승강기를 설치하도록 한다.

물론 두 나라의 법체계와 건축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독일은 4층, 한국은 6층이니 한국 기준이 뒤처졌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다.

독일 역시 모든 4층 건물에 예외 없이 승강기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단독·2가구 주택은 제외되고, 기존 건물을 증축하거나 용도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승강기를 설치하기 매우 어려운 경우에는 예외가 인정된다.

그럼에도 우리가 한 번 생각해볼 부분은 있다.

승강기를 의무화하는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는 결국 그 사회가 승강기를 무엇으로 바라보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일반적인 승강기 설치기준에는 층수와 연면적이라는 숫자가 먼저 등장한다.

건물이 일정 규모보다 크면 승강기를 설치한다.

경제성과 건축비, 이용자 수, 건축규모 등을 고려해야 하는 현실적인 기준이다.

반면 NRW 규정을 읽다 보면 ‘사람이 실제로 건물을 어떻게 이용하는가’라는 문제가 더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승강기는 공공도로에서 주택까지 장애물 없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건물이 높아지면 휠체어뿐 아니라 환자용 들것까지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승강기가 있다는 사실보다 누가 그 승강기를 이용해야 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차이는 고령사회에서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한국은 이미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

그런데 오래된 저층 공동주택과 다세대·다가구주택을 보면 4층, 5층까지 승강기 없이 계단만 설치된 건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젊었을 때는 큰 문제가 아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입주자가 70대, 80대가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집은 그대로인데 사람의 신체조건이 달라진다.

무릎이 아파 외출을 줄이기 시작하고, 결국 계단 때문에 하루 종일 집에 머무르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이때 계단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주거와 사회를 갈라놓는 장벽이 된다.

그래서 승강기의 가치는 단순히 몇 분의 이동시간을 아껴주는 데 있지 않다.

밖으로 나갈 수 있는가,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가.

고령자와 장애인에게는 바로 이것이 승강기의 가치다.

흥미로운 점은 NRW 건축법 자체가 ‘무장애(barrierefrei)’를 단순히 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정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은 건축물이 모든 사람, 특히 장애인이 일반적인 방식으로, 특별한 어려움 없이 그리고 원칙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찾고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상태를 무장애로 규정한다.

여기서 핵심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라는 부분이다.

누군가 휠체어를 들어줘야 계단을 넘을 수 있다면 그것을 진정한 접근성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승강기 역시 마찬가지다.

건물 어딘가에 한 대를 설치해놓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도로에서 승강기를 거쳐 자신의 주거공간까지 실제로 혼자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국내 승강기 정책에도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한국 역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이동편의를 위한 별도의 법과 기준을 갖추고 있고, 일정한 공공건물과 공중이용시설에는 장애인이 층간 이동할 수 있도록 장애인용 승강기·에스컬레이터·휠체어리프트 또는 경사로 등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이 접근성 문제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장기적으로는 한 단계 더 나아간 질문이 필요하다.

승강기는 과연 몇 층부터 ‘있으면 좋은 설비’가 아니라 ‘없으면 생활이 어려운 설비’가 되는가.

답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20대에게 4층 계단은 아무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유모차를 끄는 부모에게는 매일 해결해야 할 장애물이 되고, 휠체어 사용자에게는 애초에 올라갈 수 없는 공간이 된다. 80대 고령자에게는 집에서 나가는 것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장벽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4층 정도는 걸어 올라갈 수 있다’는 건강한 성인의 관점 하나로 건축기준을 정하는 것이 앞으로도 적절한지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독일 NRW의 기준이 정답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승강기를 더 많이 설치하면 건축비가 올라간다. 이후 검사와 유지관리, 부품교체, 전력비용 역시 건물 이용자가 부담해야 한다.

무조건 의무설치 기준을 낮추자는 주장 역시 현실적인 비용 문제를 무시할 수 있다.

하지만 비용만 놓고 판단하기에도 승강기의 사회적 기능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앞으로 수십 년 사용할 건물을 짓는다면 건물이 완공되는 현재의 입주자만 볼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사람이 늙어가는 시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오늘 40세인 사람이 새 아파트에 입주해 30년을 산다면 70세가 된다.

건물은 그대로지만 이용자는 변한다.

그런 의미에서 승강기는 건물이 높아질수록 필요한 기계설비이면서 동시에 사람이 나이가 들어도 같은 공간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장치이기도 하다.

한 가지는 정확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NRW 건축법은 2026년 9월 1일부터 개정본이 시행되지만, ‘지상 3개 층을 초과하면 승강기를 설치한다’는 규정이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2026년 개정에서 승강기 관련 주요 변경은 승강로의 방화·연기배출 등에 관한 제39조 제1~3항이며, 승강기 설치층수를 정한 제4항은 이미 기존 법에 있던 내용이다.

그럼에도 지금 이 규정을 다시 바라볼 가치가 있다.

한국도 이제 단순히 승강기가 몇 대 설치돼 있는지를 넘어 그 승강기가 누구의 이동을 보장하고 있는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아파트와 건물에서 승강기를 없애면 당장 건축비는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그 건물에서 살아갈 사람이 늙고 다치고 이동능력을 잃었을 때 발생하는 비용은 계산서에 나타나지 않는다.

외출을 포기하고, 가족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기존에 살던 집을 떠나야 하는 비용은 승강기 견적서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래서 앞으로 승강기의 가치를 판단할 때는 설치비만으로 계산해서는 부족할지도 모른다.

승강기는 사람을 위아래로 이동시키는 기계다.

그러나 어떤 사람에게는 그것이 집과 세상을 연결하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도 조금 달라져야 한다.

“몇 층부터 승강기를 설치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몇 층부터 승강기가 없으면 누군가는 그 건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없는가.”

독일 NRW의 4층 기준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그것일 것이다.


엘모아 한 줄 요약

독일 NRW는 일정한 4층 이상 건물부터 승강기를 요구하고, 6층 이상이면 휠체어와 환자용 들것까지 수용하도록 한다. 중요한 것은 숫자 자체보다 승강기를 ‘편의시설’이 아닌 생활과 접근성을 보장하는 기본 인프라로 바라보는 관점이다.

업계 체크포인트

  • 독일 NRW의 4층 승강기 기준은 2026년 9월 신설되는 규정이 아니라 기존부터 적용돼 온 기준이다.
  • 한국은 일반적으로 건축법상 6층 이상·연면적 2,000㎡ 이상 건축물에 승강기 설치의무가 적용되며, 6층 이상 공동주택에는 별도 주택기준이 적용된다.
  • NRW는 6층 이상 건물에서 최소 한 대의 승강기가 휠체어·환자용 들것까지 수용하도록 요구한다.
  • 고령사회에서는 승강기를 단순한 건축설비가 아니라 장기간의 주거 접근성을 보장하는 인프라로 보는 논의가 필요하다.

엘모아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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