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열어둔 엘리베이터, 신고 최대 77% 감소…덴버의 ‘역발상’

뉴스 Profile elmoa 2026-07-15 07:52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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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모아=편집부] 사람이 이용하지 않는 동안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 상태를 유지하도록 제어 프로그램을 변경했더니 범죄·약물·시설관리 관련 신고가 크게 줄었다는 운영 결과가 미국에서 나왔다.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광역권의 대중교통을 운영하는 지역교통국 RTD는 지난 9일 ‘고객 경험 엘리베이터 프로그램’을 2026년 들어 7개 장소에 추가 적용했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엘리베이터가 운행하지 않고 정지해 있을 때 출입문을 닫아두는 일반적인 방식과 달리, 승객이 목적층을 선택하기 전까지 문을 열린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다.

문을 물리적으로 고정하거나 안전장치를 해제한 것은 아니다. 엘리베이터 제어 프로그램을 변경해 대기 중에는 문이 열려 있고, 승객이 목적층을 선택하면 문이 닫힌 뒤 정상적으로 운행하도록 설정했다.

단순한 제어 변경이지만 일부 역에서는 범죄·약물·배회·시설물 훼손과 관련된 신고뿐만 아니라 엘리베이터 유지관리 요청까지 절반 이상 감소했다. RTD가 공개한 최신 자료에서는 역에 따라 전체 서비스 요청이 최대 7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밀폐공간 없애자 엘리베이터 악용 줄어

RTD가 이 프로그램을 시작한 배경에는 공공 엘리베이터의 구조적 특성이 있었다.

철도역과 환승주차장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는 장애인, 고령자, 유모차 이용객 등 교통약자의 이동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다. 그러나 문이 닫히면 외부에서 내부 상황을 확인하기 어려워져 약물 사용이나 노숙, 장시간 체류, 쓰레기 투기, 낙서와 시설물 훼손 등이 발생하는 공간으로 악용되기도 했다.

RTD는 2024년 1월과 2월 콜로라도역, 나인마일역, 사우스무어역 등 시범사업 대상 3개 역에서 엘리베이터 환경과 관련된 신고가 350건 이상 접수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RTD 교통경찰은 2024년 3월부터 90일 동안 해당 역의 엘리베이터가 운행하지 않을 때 문을 열어두는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출입문이 열린 상태에서는 승강기 내부가 역사 통로와 사실상 하나의 공간처럼 노출된다. 내부에서 장시간 머물거나 불법행위를 하려는 사람이 다른 이용객과 보안요원, 폐쇄회로 카메라의 시선을 피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RTD는 이 같은 방식이 엘리베이터를 폐쇄된 은신공간처럼 사용하는 행위를 억제하고, 본래 목적인 승객 이동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

전체 신고 570건에서 127건으로 감소

RTD가 공개한 역별 운영 결과를 보면 단순한 이용자 만족도 개선을 넘어 실제 신고 건수가 큰 폭으로 줄었다.

셰리던역은 프로그램 적용 전인 2024년 전체 서비스 요청이 570건이었지만 2025년에는 127건으로 감소했다. 감소율은 약 77%다.

레이크우드·워즈워스역에서는 불법 약물 활동과 관련된 신고가 2024년 414건에서 2025년 96건으로 줄었다. 2026년 들어서도 5월까지 접수된 신고는 18건에 그쳤다.

같은 역의 전체 서비스 요청은 2024년 852건에서 2025년 316건으로 약 62% 감소했다. 엘리베이터 유지관리 요청도 128건에서 57건으로 약 55% 줄었다.

콜팩스역은 전체 서비스 요청이 2024년 567건에서 2025년 312건으로 약 45% 감소했다. 불법 약물 관련 신고는 213건에서 94건으로 약 55% 줄었다.

플로리다역에서는 전체 서비스 요청이 333건에서 166건으로 절반가량 감소했다. 약물 관련 신고는 84건에서 22건으로 약 73% 줄었으며, 유지관리 요청도 64건에서 21건으로 감소했다.

다만 이러한 수치는 승강기 문 개방만의 효과를 분리해 측정한 통제실험 결과는 아니다.

역사 내 순찰 인력, 폐쇄회로 카메라, 조명 개선, 청소 확대 등 다른 안전대책도 함께 시행됐기 때문에 신고 감소의 모든 원인을 출입문 제어 변경 하나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RTD 역시 출입문 개방 이후 신고 감소가 확인됐다는 ‘상관관계’를 중심으로 사업 효과를 설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러 역에서 비슷한 감소 추세가 나타났고 유지관리 요청까지 함께 줄었다는 점에서, RTD는 출입문 개방 방식이 일정한 범죄예방 및 환경개선 효과를 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CCTV·음성 경고 시스템도 함께 운영

출입문 개방이 유일한 보안 수단은 아니다.

RTD는 대부분의 공공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내부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관제 인력이 음성으로 이용자에게 경고할 수 있는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엘리베이터가 이동 수단이 아닌 장시간 체류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판단되면 관제센터가 승강기 내부에 직접 안내방송을 내보내고, 응하지 않을 경우 보안요원이나 경찰을 출동시키는 방식이다.

여기에 출입문을 열린 상태로 유지하면 카메라 영상에만 의존하지 않고 역사 이용객과 관리인력도 내부를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다.

시설물을 폐쇄하거나 이용을 제한하는 대신 공간의 가시성을 높여 범죄 가능성을 줄이는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 방식이다.

RTD는 엘리베이터 프로그램 외에도 역사 조명 개선, 조경 정비, 보안영상 표시 모니터 설치, 공중화장실 연기감지기 설치 등의 환경개선 대책을 병행하고 있다.

3개 역 시범사업에서 16개 역으로 확대

프로그램은 2024년 3개 경전철역에서 시작됐다.

초기 운영에서 고객 민원과 보안 관련 신고, 엘리베이터 유지관리 요청이 감소하자 RTD는 2025년 말까지 적용 대상을 10개 역으로 확대했다.

2026년에는 아라파호 앳 빌리지센터역, 카운티라인역, 데이턴역, 드라이크리크역, 링컨역, 손턴 크로스로즈·104번가역 등이 추가됐다. 나인마일역 주차장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도 별도로 프로그램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2026년 6월 기준 적용 대상은 16개 역과 관련 부속시설로 확대됐다. RTD는 올해 안에 추가 엘리베이터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할 계획이다.

프로그램 적용 여부는 모든 역에 일괄적으로 결정하지 않는다.

교통경찰이 분석한 범죄·보안 신고 자료와 엘리베이터 유지관리 기록을 바탕으로 우선 대상 역을 정하고, 해당 엘리베이터 제어시스템이 대기 중 출입문 개방 기능을 지원하는지도 함께 검토한다.

RTD에 따르면 엘리베이터 한 대의 제어 프로그램을 변경하는 데 약 90분에서 2시간이 걸린다. 계약 기술자 작업비는 시간당 약 436달러 수준이다.

대규모 시설 교체나 구조 변경 없이 기존 제어방식을 조정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RTD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시행할 수 있는 안전투자로 평가하고 있다.

문을 열어두면 고장이 더 늘지 않을까

일반적으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 상태로 장시간 대기하면 출입문 장치의 운전 방식과 이용 환경도 달라진다.

그러나 RTD가 공개한 자료에서는 출입문 개방 이후 일부 역의 유지관리 요청이 오히려 감소했다.

이는 불법 체류나 문 강제개방, 쓰레기 투기, 낙서, 버튼 파손 등 이용 목적과 관계없는 행위가 감소하면서 전체적인 시설 훼손과 청소·보수 요청도 함께 줄었기 때문으로 추정할 수 있다.

다만 모든 승강기에 동일한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출입문 개방 대기 기능을 적용하려면 제어반과 도어오퍼레이터가 해당 운전방식을 지원해야 한다. 개방 상태에서 승강장 문과 카문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 승객 호출 시 정상적으로 닫힌 뒤 운행하는지, 이물질 감지와 문 닫힘 안전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외부와 직접 연결된 역사나 건물에서는 냉난방 에너지 손실, 먼지와 빗물 유입, 결로, 강풍 등의 환경요인도 검토해야 한다.

화재 발생 시 운전방식, 방화구획, 피난 동선과의 관계도 확인해야 하므로 단순히 제어 프로그램만 바꾸면 된다고 접근해서는 안 된다.

국내 지하철역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국내 지하철역과 철도역의 엘리베이터 역시 교통약자의 필수 이동시설이면서 동시에 역사 내에서 비교적 폐쇄된 공간에 해당한다.

일부 역에서는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흡연, 취식, 쓰레기 투기, 취객 장기 체류, 버튼과 내장재 훼손 등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범죄·민원 발생 빈도가 높은 특정 역사나 환승주차장 엘리베이터를 대상으로 제한적인 시범운영을 검토해 볼 수 있다.

다만 덴버에서 효과가 나타났다는 이유만으로 국내 모든 공공 승강기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역사 구조와 이용객 수, 승강장 위치, 승강기 기종, 냉난방 조건, 화재안전 설비, 장애인 이용 편의, CCTV 사각지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특히 출입문이 열린 상태로 대기하더라도 엘리베이터 이용객의 안전과 접근성이 저하돼서는 안 된다. 시범운영 전후의 범죄 신고, 청소 횟수, 유지관리 요청, 고장 발생, 이용자 불편을 수치로 비교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덴버 사례의 핵심은 모든 엘리베이터 문을 무조건 열어두자는 데 있지 않다.

교체공사나 대규모 보안시설 설치에 앞서 기존 승강기의 제어기능과 운행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공간의 성격과 이용자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승강기를 단순한 이동설비가 아닌 건축물의 안전·보안 환경을 구성하는 공간으로 바라본 발상의 전환이다.


엘모아 한 줄 요약

미국 덴버 RTD는 엘리베이터가 운행하지 않을 때 문을 열린 상태로 유지하도록 제어방식을 변경해 일부 역의 범죄·시설관리 관련 신고를 최대 77% 줄였다.

업계 체크포인트

덴버의 개방 대기 방식은 문을 물리적으로 고정하는 것이 아니라 엘리베이터 제어 프로그램을 변경하는 방식이다.

출입문 개방과 함께 CCTV 실시간 확인, 음성 경고, 순찰과 조명 개선이 병행돼 문 개방만의 효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국내 적용 시 제어반 호환성, 도어오퍼레이터, 화재안전, 냉난방 환경, 교통약자 이용 편의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시범운영을 실시한다면 적용 전후의 범죄 신고, 유지관리 요청, 청소비용과 고장 건수를 함께 비교해야 한다.

엘모아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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