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분석] AI 시대인데 왜 아직도 줄에 매달려 있을까…엘리베이터 로프의 비밀
elmoa
•
2026-06-20 07:39
•
수정됨

기사의 이해를 돕기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엘모아=편집부] 인공지능(AI)이 산업 전반을 바꾸고 있다. 자동차는 자율주행을 향해 진화하고 있고 공장에서는 로봇이 사람 대신 생산라인을 운영한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 타는 엘리베이터를 보면 의외의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대부분의 엘리베이터는 여전히 강철 와이어로프에 매달려 움직인다.
초고속 컴퓨터와 AI 기술이 적용되는 시대에 왜 엘리베이터는 수십 년 전과 비슷한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을까.
사실 엘리베이터의 핵심 기술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승강기를 움직이는 권상기와 강철 와이어로프, 그리고 균형을 맞추는 균형추(Counterweight)로 구성된다. 권상기가 회전하면 로프가 움직이고 객실과 균형추가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이 구조는 1850년대 미국의 발명가 Elisha Otis가 안전장치를 개발한 이후 지금까지 기본 원리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물론 제어기술과 안전장치, 모터 효율은 크게 발전했지만 로프를 이용해 객실을 들어 올리는 구조 자체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까지 나온 기술 가운데 와이어로프만큼 경제성과 안전성, 내구성을 동시에 확보한 기술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철 와이어로프는 수십 년 동안 검증된 기술이다. 높은 인장강도를 확보할 수 있고 제조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유지관리 체계 역시 전 세계적으로 구축돼 있다. 승강기 업계가 오랫동안 와이어로프를 사용하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 초고층 건물이 늘어나면서 와이어로프의 한계도 나타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무게다. 건물이 높아질수록 로프 길이도 길어지는데, 일정 높이를 넘어가면 카보다 로프 무게가 더 무거워질 수 있다. 결국 권상기는 카뿐 아니라 로프 자체의 무게까지 들어 올려야 한다.
업계에서는 일반 강철 와이어로프 방식이 약 500~600m 수준에서 기술적 한계에 가까워진다고 설명한다. 이는 100층을 훨씬 넘는 초고층 건물에서는 새로운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글로벌 승강기 기업들은 차세대 로프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KONE의 'UltraRope'다. UltraRope는 기존 강철 대신 탄소섬유(Carbon Fiber)를 활용한 벨트형 구조를 적용했다. 기존 강철 로프보다 훨씬 가벼우면서도 높은 강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KONE는 UltraRope 적용 시 기존 로프 대비 무게를 크게 줄일 수 있어 초고층 건물에서 에너지 소비 감소와 운행 효율 향상이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세계 최고층 빌딩인 Burj Khalifa를 비롯한 초고층 프로젝트에서는 로프 무게 문제가 중요한 설계 변수로 꼽힌다. 건물이 높아질수록 승강기 기술이 건물 높이의 한계를 결정하는 시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일부 기업은 아예 로프를 없애는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독일 TK Elevator가 과거 공개한 MULTI 프로젝트는 자기부상열차와 비슷한 원리를 적용해 로프 없이 객실을 이동시키는 개념이다. 이론적으로는 수직뿐 아니라 수평 이동도 가능하다. 다만 아직은 상용화 초기 단계이며 기존 로프 방식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AI 시대에도 승강기 산업의 핵심 과제가 여전히 물리학이라는 사실이다.
최근 승강기 업계는 AI 기반 예지보전과 원격 모니터링, 스마트빌딩 연계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객실을 실제로 움직이는 기술은 여전히 중력과 하중, 마찰력의 영향을 받는다. 결국 아무리 뛰어난 AI가 등장하더라도 사람을 안전하게 들어 올릴 수 있는 물리적 구조는 반드시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향후 200층, 300층 규모 초고층 건물이 늘어날수록 로프 기술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건물의 높이를 결정하는 것이 건축기술이 아니라 승강기 기술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우리가 매일 타는 엘리베이터는 겉으로 보기에는 크게 변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초고층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AI 시대에도 엘리베이터가 여전히 줄에 매달려 있는 이유는 단순히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아직 그보다 더 안전하고 경제적인 방법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엘모아 한 줄 요약
AI 시대에도 엘리베이터가 와이어로프를 사용하는 이유는 안전성과 경제성 때문이다. 하지만 초고층 건물이 늘어나면서 탄소섬유 로프와 로프리스 기술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업계 체크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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