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분석] 고장보다 무섭다…엘리베이터 업계가 말하는 '부품 단종' 위기

뉴스 Profile elmoa 2026-06-19 10:12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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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모아=편집부] 많은 사람들이 승강기 고장의 원인을 노후화나 유지관리 부족에서 찾는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보다 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바로 '부품 단종'이다.

승강기는 일반 가전제품과 달리 20년, 30년 이상 사용하는 대표적인 장수 설비다. 실제로 국내 공동주택과 오피스빌딩, 공공시설에는 20년 이상 운행 중인 승강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승강기의 수명과 부품의 생산 기간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승강기 자체는 정상적으로 운행되고 있지만 제어반 내부의 특정 전자부품이나 인버터, 통신모듈, 센서 등이 생산 중단될 수 있다. 제조사가 해당 제품 생산을 종료하거나 협력업체가 폐업할 경우 필요한 부품을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실제로 승강기 업계에서는 노후 승강기 유지관리 과정에서 부품 단종 문제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한다. 과거 아날로그 방식 제어반이나 초기 디지털 제어반에 사용된 전자부품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생산 중단 상태인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최근 승강기는 기계보다 전자장치 의존도가 높다. 과거에는 릴레이와 접촉기 중심의 비교적 단순한 구조였다면 현재는 인버터와 마이크로프로세서, 통신장치, 각종 센서가 복합적으로 연결돼 있다. 그만큼 특정 부품 하나가 단종될 경우 전체 시스템 유지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커진다.

업계 관계자들은 "과거에는 기계가 마모되면 교체하면 됐지만 지금은 전자부품 하나가 없어 승강기를 장기간 세워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한다.

부품 단종 문제는 승강기 제조사뿐 아니라 유지관리 업체에도 부담이다. 유지관리 업체 입장에서는 고장 부위를 확인해도 교체할 부품이 없으면 즉시 수리가 어렵다. 일부 경우에는 중고 부품을 확보하거나 대체품을 적용하기 위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

공공시설이나 공동주택에서는 이 과정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부품을 구하지 못하면 결국 제어반 전체 교체나 승강기 현대화 사업을 검토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단순 부품 하나의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 규모의 공사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최근 승강기 현대화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과거에는 승강기가 완전히 노후화됐을 때 교체를 검토했다면 최근에는 부품 수급 문제 때문에 계획보다 일찍 현대화를 진행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글로벌 승강기 기업들이 유지관리와 현대화 사업에 집중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Otis, KONE, Schindler, TK Elevator 등 주요 기업들은 신규 설치보다 노후 승강기 개량과 현대화 사업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설치 후 수십 년이 지나더라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부품 공급 체계와 디지털 유지관리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역시 비슷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설치된 승강기들이 최근 20~30년 차에 접어들고 있다. 기계적 수명보다 먼저 전자부품 수급 문제가 발생하는 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승강기 업계에서는 향후 노후 승강기 증가와 함께 부품 단종 문제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히 승강기를 오래 사용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필요한 부품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지가 유지관리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승강기 교체 시기를 결정하는 기준도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과거에는 기계적 노후화가 핵심이었다면 앞으로는 부품 수급 가능성과 제조사의 기술지원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승강기 산업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단순한 고장이 아닐 수 있다. 고장은 수리하면 되지만 부품이 사라지면 수리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가 노후 승강기 문제를 이야기할 때 단순한 사용 연수뿐 아니라 부품 공급 체계와 현대화 전략을 함께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엘모아 한 줄 요약

노후 승강기의 진짜 위기는 고장이 아니라 부품 단종일 수 있다. 부품을 구할 수 없으면 작은 고장이 대규모 현대화 공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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