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자가 단독 체결한 승강기 공사계약…법원 “효력 없다”
elmoa
•
2026-07-17 11:22
•
수정됨

기사의 이해를 돕기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엘모아=편집부] 아파트 대표자가 구분소유자들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채 단독으로 체결한 승강기 부품 교체 공사계약은 효력이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승강기 공사는 안전과 직결된다는 이유로 신속한 결정이 요구되기도 하지만, 공용부분에 관한 계약이라면 대표자 개인의 판단만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이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최근 승강기 제조·보수업체 A사가 서울 강서구 B아파트 측을 상대로 제기한 자재대금 등 청구소송에서 A사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표자와 계약한 업체, 자재부터 준비
A사는 B아파트 대표자와 승강기 부품 교체 공사계약을 체결한 뒤 공사에 필요한 자재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후 아파트 측이 계약 취소를 통보하면서 공사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에 A사는 아파트 측의 계약 취소가 도급인의 일방적인 계약 해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민법 제673조는 수급인이 공사를 완성하기 전까지 도급인이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A사는 이를 근거로 이미 지출한 자재대금 약 3,6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한 뒤 해제됐다는 A사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계약 체결 단계부터 필요한 결의 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유효한 계약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 “대표자는 결의를 집행하는 위치”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아파트 대표자에게 승강기 부품 교체 공사계약을 단독으로 체결할 권한이 있었는지였다.
승강기는 여러 구분소유자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대표적인 공용부분이다. 규약에 별도의 정함이 없다면 공용부분의 관리에 관한 사항은 집합건물법에 따라 관리단집회 결의로 결정해야 한다.
관리인이나 대표자는 공용부분에 관한 사항을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구분소유자들이 적법하게 결정한 내용을 집행하고 관리단을 대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재판부는 B아파트 대표자가 구분소유자들의 집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채 승강기 부품 교체 계약을 체결한 점에 주목했다. 필요한 결의 없이 대표자가 단독으로 체결한 계약인 만큼 아파트 전체에 계약의 효력이 미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계약이 처음부터 효력이 없다면 계약이 유효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민법상 도급인의 임의해제와 손해배상 규정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A사가 요구한 자재대금과 지연손해금 청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도 “결의 없는 관리행위는 무효”
이번 판단은 관리단집회 결의 없이 체결된 공용부분 관리계약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은 기존 대법원 판례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대법원은 2024년 9월 선고한 판결에서 공용부분 관리행위가 관리단집회 결의로 결정돼야 하는 사안이라면, 관리인이 결의 없이 체결한 계약은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관리단집회 결의 요건을 단순히 대표자의 권한을 제한하는 내부 규정으로만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계약 상대방이 대표자에게 권한이 있다고 믿었는지와 관계없이 법률이 요구하는 결의 자체가 없었다면 계약의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승강기 업체도 결의서 확인해야
이번 판결은 아파트뿐 아니라 승강기 제조·설치·유지관리업체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실무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관리인 또는 관리사무소장의 서명과 직인만 확인하고 공사를 준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나 계약서에 대표자의 서명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대표자에게 공사계약 체결 권한이 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공사업체는 계약 전에 관리규약과 의결 절차를 확인하고, 공사 시행 및 계약 체결을 승인한 회의록이나 결의서가 존재하는지 살펴야 한다. 공사 규모가 크거나 주요 부품을 미리 주문해야 하는 경우에는 의결정족수 충족 여부와 계약 체결 권한이 누구에게 부여됐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결의 절차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자재를 선발주하거나 제작에 들어가면 계약이 무효가 된 뒤에도 투입 비용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공사가 중단됐다는 사실만으로 발주처에 자재비나 예상이익을 청구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아파트 관리주체 역시 안전을 이유로 승강기 공사를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더라도 법령과 관리규약이 정한 의결 절차를 생략해서는 안 된다. 긴급한 보존행위인지, 관리단집회 결의가 필요한 일반적인 관리행위인지도 계약 전에 구분해야 한다.
이번 판결은 승강기 공사에서 기술적 안전만큼 계약 절차의 안전도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표자와 업체가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공사를 결정한 주체와 절차가 적법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엘모아 한 줄 요약
구분소유자 결의 없이 아파트 대표자가 단독으로 체결한 승강기 부품 교체 계약은 효력이 없으며, 업체가 미리 지출한 자재비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업계 체크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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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전 관리규약과 대표자의 계약 체결 권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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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시행을 승인한 관리단집회·입주자대표회의 회의록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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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결정족수와 참석자·의결권 산정 내역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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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또는 주문제작 부품은 결의서 확인 후 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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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보존행위와 일반 관리·교체공사의 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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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무효에 대비한 자재 발주 및 비용보전 특약 검토
엘모아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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