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왜 필요할까

에스컬레이터에서 ‘두 줄 서기’라는 표현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2007년이다. 당시 정부와 관련 기관은 걷거나 뛰다가 발생하는 사고가 급증하자 이를 줄이기 위해 두 줄 서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핵심은 간단하다. 에스컬레이터에서는 손잡이를 잡고 서서 이동하고, 걷거나 뛰지 말자는 안전 수칙이다.
반면 ‘한 줄 서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자리 잡은 문화였다. 1998년 시민단체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성숙한 시민문화를 보여주자”는 취지로 시작한 운동이었고, 급한 성향과 ‘빨리빨리 문화’가 결합하면서 빠르게 확산됐다. 바쁜 사람을 위해 한쪽을 비워두자는 취지였기에 거부감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문제점이 드러났다. 한쪽을 비워두는 행동이 자연스럽게 ‘걷거나 뛰는 행위’를 당연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 넘어지거나 부딪히는 사고가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실제로 에스컬레이터 사고는 2002년 4건에서 2004년 9건, 2006년 43건, 2008년 108건, 2010년 109건으로 8년 사이 27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에스컬레이터 설치 대수는 약 2.7배 늘었을 뿐이다. 최근 조사에서도 이용 중 부주의로 발생한 사고의 91%가 ‘넘어짐’ 사고로 나타났다. 걷거나 뛰는 행동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수치다.
에스컬레이터는 약 30도의 경사에서 초당 0.5m로 움직인다. 손잡이를 잡지 않는 상태는 달리는 버스나 지하철에서 손잡이를 놓고 서 있는 것과 비슷하다. 갑작스러운 정지 상황에서는 대응 능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한 줄 서기는 기계에도 부담을 준다. 한쪽에 사람이 집중되면 ‘편하중’이 발생해 체인이 늘어나고 계단 틈이 벌어지거나 스커트가드를 긁는 소리가 난다. 심하면 멈춤이나 역주행 같은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틈새가 벌어지면 신발 끼임 사고 위험도 커진다. 특히 고무 신발을 신는 어린이에게 큰 부상을 남기는 사례가 많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두 줄 서기를 불편하게 느낀다. 하지만 안전은 대개 번거로움을 동반한다. 자동차 안전벨트, 보호장비 착용, 정기 건강검진처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기본적인 대비이기 때문이다.
조사에 따르면 한 줄 서기를 하는 이유의 75.1%가 “눈치가 보여서” 또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결국 습관의 문제인 셈이다.
에스컬레이터에서 걷는다고 절약되는 시간은 길어야 1분 남짓. 그 1분을 위해 안전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두 줄 서기는 단순한 이용 방법이 아니라 서로를 배려하는 생활 안전 문화다.
조금 느리더라도 안전하게 이동하는 것, 그것이 더 성숙한 시민의식일지 모른다.
출처 : 에너지데일리(http://www.energ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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