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초등학교 장애인 엘리베이터 16년 방치
형식적 점검에 가려진 교육행정의 구조적 문제
파주 지역 초등학교 두 곳에 설치된 장애인용 엘리베이터가 장기간 사용되지 않은 채 방치돼 왔던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당 시설은 설치 이후 최대 16년 동안 운영이 중단됐지만, 교육 당국의 정기 점검과 감사 과정에서는 줄곧 적합 판정을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뉴스 취재에 따르면 파주 관내 A초등학교와 B초등학교는 2009년 9월 각각 장애인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그러나 두 학교 모두 설치 이후 실제 운영은 이뤄지지 않았고, 운영 중단 사유나 관리 이력을 명확히 기록한 공식 문서도 남아 있지 않은 상태였다.
A초등학교의 경우 현 교장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뒤 특수학생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노후 엘리베이터 철거와 신규 설치를 추진했고, 관련 예산도 확보한 상태다. 반면 B초등학교는 2019년 폐교된 이후 별다른 조치 없이 엘리베이터가 그대로 방치됐다. 해당 학교 건물은 2023년부터 지역 문화시설로 활용되고 있지만, 엘리베이터는 여전히 사용 중지 상태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수년간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관리 감독 시스템이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두 학교 모두 교육부 지침에 따라 교육청이 실시한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 점검에서 장기간 적합 판정을 받아왔다. 실제로는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였음에도, 점검 과정에서는 이를 문제로 삼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장애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가 형식적인 서류 점검에 그치면서 오히려 불법적 상태를 고착화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용 여부나 실제 접근 가능성보다는 설치 여부만 확인하는 점검 방식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사안을 공론화하고 개선을 이끈 인물은 시민 박태현 씨와 A초등학교 교장이다. 박 씨는 자료 확인과 반복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 장기간 방치된 엘리베이터 실태를 드러냈고, 그 결과 A초등학교의 시설 개선이 추진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러나 감사 결과는 문제 해결 과정에 나선 학교에 기관주의 조치를 내리는 데 그쳤다.
박 씨는 이 같은 감사 결과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했다. 그는 장기간 방치된 불법 상태와 점검 매뉴얼의 문제는 책임이 묻히고, 이를 바로잡으려 한 적극 행정만 제재 대상이 되는 구조라며 현행 감사 제도의 상식성을 문제 삼았다. 또한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 행정에 대해서는 면책과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번 사안이 단순한 개별 학교의 관리 부실이 아니라, 교육부가 만든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 점검 매뉴얼의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전국에 폐교된 학교 중 상당수가 대부나 자체 활용 방식으로 개방되고 있음에도, 실태 조사 대상에서 제외돼 유사한 문제가 다른 지역에서도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장애인 편의시설 전반에 대한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 씨는 현재 교육부와 교육청이 이번 사안을 공식적으로 인지하고 제도 개선에 나서도록 요구하는 시민운동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장애인 편의시설이 이동권 보장을 위한 필수 인프라가 아니라, 행정 실적을 위한 형식적 시설로 전락한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16년간 멈춰 선 엘리베이터는 단순한 설비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의 권리를 외면해 온 행정 시스템의 단면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제 문제 해결의 책임은 교육 당국에 넘어갔다. 한 시민의 문제 제기로 시작된 이 사안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출처: 국제뉴스 <https://www.gukj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481308#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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